게임 운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로스트아크는 최근 국내에서 가장 많은 칭찬을 받는 게임이다. 업데이트의 질과 양은 모두 훌륭하다. 가려운 곳을 빠르게 긁어주는 패치가 이어진다. 금강선 디렉터를 향한 별칭인 '빛강선'은 이제 고유명사처럼 굳어졌다.

좋은 운영을 일부러 거부하는 게임은 없다. 어디나 자신들의 게임이 유저에게 사랑받길 원한다. 업계에서 로스트아크 운영과 발표회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움직임도 벌어진다. 그러나 업데이트든, 발표회든 비슷한 호응을 이끌어낸 게임은 드물다.

게임이 오늘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유저들은 무엇에 공감할지 먼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어서 마음을 움직일 만한 화법으로 응답해야 한다. 로스트아크는 그 점에서 매번 발전하고 있다. 19일 실시한 '로아온 미니'는 또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놀라웠다.

향후 업데이트 로드맵
향후 업데이트 로드맵

'체험-공감-해결', 3단계로 이어지는 화법

게임 운영은 언제나 어렵다. 사회와 경제를 컨트롤하면서 모두를 만족시킬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에 곧잘 빗대곤 한다. 감정 소통도 중요하기 때문에 연애와 비유하는 경우도 있다. 이성과 감성 양쪽 모두 만족시켜야 좋은 운영이 탄생한다.

로아온 미니는 여름 업데이트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금강선 디렉터가 직접 무대에 올라 1부의 모든 발표를 혼자 진행했다. 상반기 있었던 업데이트를 돌아보고 통계 자료를 소개한 뒤, 대체 왜 '미니'가 붙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방대한 패치 소개가 이어졌다.

업데이트의 모든 근거는 직접 겪은 것, 그리고 유저들이 모두 공감하는 '이미지'에서 나왔다. 

사재기 논란에 대해서도 정확한 통계자료와 대안을 동시에 공개했다
사재기 논란에 대해서도 정확한 통계자료와 대안을 동시에 공개했다

체험은 스스로 플레이하며 경험하는 직접 체험과 유저 커뮤니티를 통해 접하는 간접 체험으로 나뉜다. 로스트아크는 양쪽 모두를 놓치지 않는다. 끊임없이 커뮤니티 화제를 체크하고 단순히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 경험으로 풀어냈다.

유저 공감 경험이 예시로 등장하자 모두가 발표회에 몰입할 수 있었다. 원정대 파견을 보내려고 하는데 통나무가 없어서 사고 나니 다른 캐릭터 인벤토리에 가득 있던 경험, 떠돌이 상인을 만나기 위해 일부 유저가 모든 채널 상황을 실시간으로 띄워놓았던 'CCTV' 스크린샷 등.

해결 방안도 곧바로 발표했다. 인벤토리를 지나치게 잡아먹던 생활 재료를 아이템 도감으로 만들어 원정대 단위로 통합됐다. 떠돌이 상인 문제는 모든 채널에 동시 스폰하게 바꾸면서 해결된다. '이 게임에 항상 관심을 갖고 고치려 하는구나'라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각인하는 계기였다. 이미지뿐이 아니다. 모든 공감은 실제 변화로 나타났다. 

인플루언서를 향한 리스펙도 놓치지 않았다
인플루언서를 향한 리스펙도 놓치지 않았다

디렉터의 '구상', 그리고 개발진의 '구현'

게임 뼈대가 잘 자리잡혀 있는 것도 로아 운영의 중요한 비결이다. 게임이 근본적으로 가진 불편을 뿌리부터 갈아엎기 위해서는, 실무 개발진의 능력과 노력이 필수다. 기획을 아무리 잘해도 개발환경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좋은 업데이트는 나오지 않는다. 

지난 신규 클래스 스트라이커, 그리고 새로 공개된 클래스 소서리스는 개발력의 발전상을 잘 보여준다. 이미 평가가 좋았던 출시 초기 클래스 연출보다 진보했고 그동안 없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매번 혁신적으로 개선되는 유저 편의성도 내부 고민의 산물이다.

쿠크세이튼 군단장 레이드는 장난기와 센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계기였다. 3페이즈를 끝내면 '던전 클리어'가 표시되면서 드디어 해치운 것처럼 착각을 유도하지만, 이후 쿠크세이튼이 화면을 부숴버리면서 다음 페이즈로 이어진 것. 마침 스트리머 레이드를 통해 수만명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처음 등장하는 바람에 큰 화제가 됐다.

금강선 디렉터는 해당 장면의 리액션을 보기 위해 1개월을 기다렸고, 스마일게이트RPG 지원길 대표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 순간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레이드 기믹 역시 수준이 높았고, 후반까지 예측하지 못하는 반전으로 흥미를 높였다. 구상과 구현이 모두 높은 퀄리티였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는 레이드였다.

"설레는 여름방학을 맞이해보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여러분이 로스트아크에서 어른이들의 여름방학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놨습니다. 훗날, 우리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2021년 여름을 추억할 수 있는 그런 여름방학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많이 준비했으니까 놀러들 오세요"

금강선 디렉터의 마지막 발언은, 게임을 하고 싶어지는 감성을 최대한 자극하고 있었다. 이미 발표 내용으로 충분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에, 화룡점정이 가능한 멘트였다. 

게임 운영에 실패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게임에 큰 애정이 없거나, 애정이 있어도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거나, 모든 것을 갖춰도 다른 부서의 발언권이 너무 강해 원하는 것을 구현하지 못하거나. 이 모든 것에 더해, 유저들이 실제 소통하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엿듣는 노력도 필요한 시대다.

로스트아크가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사랑받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 로스트아크가 준 감동은 10년 뒤에도 유저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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