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폐지 목소리가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분위기는 다르다.

6월 초, 정부는 '규제챌린지' 1차 과제에 게임 셧다운제 개선을 포함했다. 민간과 함께 추진하는 규제개선 프로젝트로, 1차에 포함된 규제는 총 15개다. 해외와 비교해 과도한 국내 규제를 과감히 없애겠다는 취지다.

여당 의원의 입법활동도 이어졌다. 전용기 의원은 6월 25일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 개선논의에 참여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훈식 의원은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셧다운제의 제한을 받지 않는 방식의 완화 개정안을 따로 발의했다.

야당 의원도 힘을 보탰다. 허은아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와 함께 청소년보호법에 명시된 게임 '중독'을 '과몰입'으로 수정하는 개정안을 6일 발의했다. "게임을 중독으로 표현하거나 규제를 위한 규제로 통제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가진 게임의 인식과 위상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강제적 셧다운제의 핵심 조항은 청소년보호법 제26조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해선 안되며, 이를 위반한 제공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법안은 당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발의했고, 2011년 4월 본회의를 통과해 11월부터 시행됐다. 전원 반대표를 던진 민주노동당을 제외하면 모든 당에서 비슷한 비율로 찬성과 반대가 이루어졌다. 게임을 향한 시선이 정쟁을 벗어나 비슷하게 정착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셧다운제를 둘러싼 의견차는 정권을 불문하고 이어졌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보호 명목으로 셧다운제를 옹호해왔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꾸준히 개선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법적 명시에 따라 셧다운제 운영과 조치는 여성가족부 소관이었다. 주도권을 잡아온 주체도 같았다.

문화연대와 게임산업협회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2014년 헌법재판소는 셧다운제가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7년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발의한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법안도 본회의조차 올라가지 못한 채 폐기됐다.

셧다운제 시행으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각종 제재 사례와 연구를 거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었다. 역으로 셧다운제에 의한 폐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연구 사례는 한성대학교 조문석 교수의 산학협력단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올해 6월 발표한 ‘2020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1차)’ 보고서다. 연구진은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과 수면시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으며, 모바일 시대에 온라인게임 제한은 실효성과 효과성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미 청소년의 모바일 이용률이 PC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으며, 게임보다 인터넷, 유튜브, 메신저 사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미디어 가운데 PC 온라인게임만 제한되는 것이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셧다운제 폐지안이 추진되기 시작한 시점, '마인크래프트 성인게임 논란'이 발생하면서 여론에 불을 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계정을 MS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특정 연령대만 새벽에 차단하는 한국용 서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니 만19세 이상에게만 구매를 허용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사건은 영어권 최대 커뮤니티 레딧에도 퍼져나갔고, 셧다운제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MS 계정과 같은 모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 청소년은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기기의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다. 가정에서 관리가 용이한 콘솔 플랫폼 게임이 오히려 셧다운제의 주요 피해자로 자리잡아온 것이다.  

셧다운제 개선 가능성은 여느 때보다 높게 점쳐진다. 여야가 의견을 통일해 폐지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때맞춰 발생한 마인크래프트 이슈도 여론에 가속도를 붙였기 때문이다. 셧다운제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은 닷새 만에 7만명에 달했다.

"MS의 정책 때문"이라며 굳건한 태도를 보이던 여성가족부도 한 발 물러섰다. 여성가족부는 6일 성명을 통해 "최근 게임이용환경이 변하고 개선안이 발의된 만큼, 국회 논의에서 다양한 집단 의견을 들으며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계 관계자는 "셧다운제 실효성이 없다는 사례가 오랜 기간 누적되면서, 옹호의 중심에 있던 학부모단체 및 종교단체의 반발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면서도 "입법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선을 확신하기는 이른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법을 통과시키고 시행하기까지 과정은 어렵다. 그러나 문제 있는 법을 폐지하는 과정은 더욱 길고 험난하다. 셧다운제는 10년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행 중이다. 이번은 마침내 손을 댈 수 있을까. 게임업계와 유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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