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세계에 사고가 생길 때마다 나타나는 쿠키가 있습니다. 의상부터 눈빛까지 모두 새빨간 모습, 루비처럼 빛나는 석류 문양. 석류맛 쿠키는 '빌런' 중에서도 가장 망설임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처음에는 신비로운 석류 나무를 모시던 무녀였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어둠을 따르리라는 운명을 계시받게 되는데요. 바로 그 순간 어둠의 무리가 몰아닥쳐 마을을 삼켜버립니다. 자신이 누구를 섬겨야 할지 깨달은 석류맛 쿠키는 그 자리에 보인 그림자, 어둠마녀 쿠키를 따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누구에게나 어둠은 있답니다"

보통 빌런의 하수인이라고 하면 타락이나 유혹에 빠지는 그림을 떠올리는데요. 석류맛 쿠키는 조금 다릅니다. 운명에 순응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죠. 그 계시가 정말로 존재했는지, 과연 옳은 길인지는 수수께끼입니다. 하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석류맛 쿠키의 첫 등장은 2018년 9월,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시즌3이었습니다. 어둠마녀 쿠키의 핵심 하수인으로 등장해 바람궁수 쿠키와 천년나무를 타락시키려 했는데요. 비록 간발의 차이로 계획이 실패했지만, 일반 쿠키가 확실한 악역으로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라 주목을 받았습니다.

쿠키런: 킹덤이 출시되면서 비중은 더욱 커졌습니다. 쿠키 왕국을 재건하려는 용감한 쿠키 일행을 가장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역할이죠. 하지만 비주얼과 카리스마, 뛰어난 인게임 성능 덕분인지 미움보다 인기가 늘어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운명을 거부하는 세계, 운명에 모두 바치는 쿠키

전편에서 소개한 바다요정 쿠키의 관계도에 석류맛 쿠키도 등장합니다.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우길"이란 말과 함께 경계하는 대상으로 나타나죠. 바다요정 쿠키가 운명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면, 석류맛 쿠키는 운명에 충실해 모든 힘을 바치는 캐릭터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어둠마녀 쿠키가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겁니다. 먹히기 위해 태어난 쿠키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목표를 이루려고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바다요정 쿠키나 용감한 쿠키와 비슷한 성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향은 다르지만요.

이런 딜레마는 석류맛 쿠키의 미래를 더욱 궁금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섬기는 대상까지 포함해서, 대부분의 쿠키는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본인만큼은 운명을 따라가는 일에 확신을 가졌고, 그것이 곧 개성으로 다가옵니다. 스토리에서 석류맛 쿠키가 내뱉는 대사들은 곱씹을수록 외로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나오곤 합니다.

정말로 외로워서일까요, 어둠마녀의 관심을 차지하기 위한 독점욕도 강하게 보입니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에 등장하는 말차맛, 랍스터맛, 체스초코 쿠키에게 일제히 라이벌 의식을 드러냅니다. "그분을 이해하는 건 저뿐이에요" 같은 말과 함께 말이죠.

"진정한 어둠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왕자님"

마치 '조별과제 조장' 역할을 생각나게 하면서 유저들의 동정심을 사기도 해요. 쿠키 빌런즈의 면면을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상관인 어둠마녀 쿠키는 보통 지시를 내린 뒤 배후에만 있습니다. 다크초코 쿠키는 자기 고뇌에 빠져서 앞으로 나서지 않고, 감초맛 쿠키는 매번 그럴싸한 계획을 세우지만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곤 합니다. 독버섯맛 쿠키는, 예, 귀엽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동료(?)들 사이에서, 석류맛 쿠키는 본인의 임무를 충실하고 똑똑하게 수행합니다. 다크초코 쿠키에게 주술을 걸어 진정한 어둠에 빠뜨리고,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어둠 속 별의 제전'에서 스타후르츠맛 쿠키를 속이는 전략으로 악역이 승리하는 결말까지 만드는 데 성공하죠.

킹덤에 들어와서는 인기 성우인 배정미 성우의 열연까지 더해지면서, 스토리 몰입을 높이는 일등공신 역할을 합니다. 석류맛 쿠키가 없었다면 용감한 쿠키 일행의 여정은 조금 더 편안했겠죠. 하지만 지금만큼 강렬한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었을 겁니다.

스타후르츠맛 쿠키에게 접근하면서 석류맛 쿠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스타후르츠맛 쿠키에게 접근하면서 석류맛 쿠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무의 신비한 힘 덕분인지 눈을 감은 채로 많은 걸 볼 수 있는데, 석류맛 쿠키와는 달리 세상의 밝고 순수한 면을 보여준다고 한다."

짝꿍 펫인 루비 석류 소개문입니다. 신성한 석류 나무 꼭대기에서 자라난 펫이죠. 이를 통해 석류맛 쿠키가 선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지금 모습도 순수한 악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완전히 지워버렸다고 볼 여지도 남습니다. 쿠키런: 킹덤 '오염된 석류의 숲' 에피소드에서, 석류맛 쿠키는 어둠마녀 쿠키의 지시에 따라 석류마을과 석류신목에 불을 질러버리거든요. 그리고 무녀맛 쿠키들 사이에서 공식 배신자가 되죠. 자신의 본래 정체성을 파괴하는 행위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쿠키런 세계에서 유저들이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수록, 어둠마녀 쿠키 세력은 약해질지도 모릅니다. 과연 석류맛 쿠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요. 기나긴 서사의 끝에서 석류맛 쿠키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요? 우리가 앞으로 쉬지 않고 볼 쿠키인 만큼, 그에 어울리는 이야기로 완결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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