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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발굴기] 셔터냥, 사진 찍는 고양이의 감성 퍼즐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8.23 16:15

사진 찍는 고양이의 모험이 추천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셔터냥을 처음 만난 것은 BIC페스티벌 2019였습니다. 아름다운 무채색 배경 속에 카메라를 모자처럼 쓰고 나타난 고양이,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퍼즐을 풀어가는 참신한 게임플레이로 주목을 받았죠. 이후 담금질을 거친 끝에 올해 3월 스팀 플랫폼으로 정식출시를 하게 됐습니다.

고백하자면, 출시 직후 셔터냥을 플레이해보고 평가를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난이도 이전에 가이드가 너무 불친절해서 선뜻 추천하기 어려웠거든요. 버그 때문에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일도 있었고요. 재미를 갖췄는데도 빛을 보기 어려운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년 사이 게임은 몰라보게 정돈됐습니다. 중후반 너무 어렵던 난이도를 개편했고, 편의성과 가이드 역시 세세하게 집어넣었습니다. 어시스트 모드를 추가해서 훨씬 간편한 난이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도 했고요. 다시 만난 셔터냥은, 자신 있게 권할 만한 게임이 되어 있었습니다.

셔터냥은 검은 고양이와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게임 시작과 함께 주인공 고양이는 바람에 휩쓸려 떨어지는데요. 주변에 보이는 것은 친구 소녀가 가지고 있던 카메라뿐입니다. 고양이는 이 카메라를 돌려주기 위해, 그리고 소녀와의 추억을 완성하기 위해 길을 나서게 됩니다.

플레이는 횡스크롤 퍼즐 방식입니다. 좌클릭으로 원하는 곳에 사진을 찍으면 모습 그대로 저장되고, 우클릭으로 그 사진을 붙여넣을 수 있습니다. 발판을 찍은 사진을 붙이면 발디딤대가 되어 높은 지형을 올라갈 수 있는 것이죠. 고양이 자신을 찍어서 분신술처럼 적의 시선을 돌릴 수도 있고요.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고양이는 도시 골목 배경의 거점으로 돌아옵니다. 전면에는 소녀와 고양이가 그려진 큰 액자가 있죠. 초반은 흑백 화면 속에서 소녀 혼자 웅크리고 있는 그림이지만, 고양이가 미션 아이템을 가져올수록 그림이 채워지면서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심플하지만, 아기자기한 스토리텔링입니다.

무한정 찍을 수는 없습니다. 저장 가능한 필름 양은 제한되어 있고, 붙인 사진은 제한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패치 이후 사진이 사라질 때 깜빡거리기 때문에 제한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요. 이런 특성을 활용해 어떤 식으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지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은 총 챕터5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챕터1은 튜토리얼에 해당할 만큼 쉽게 클리어할 수 있지만,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특히 마지막 챕터는 살인적인 난이도와 보스전 때문에 '퍼즐소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죠. 패치를 통해 '불합리한 죽음'은 대부분 개선됐으니 다시 도전욕구를 불태워볼 만합니다.

어려워도 도전해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퍼즐 퀄리티가 '뇌지컬'과 '컨트롤' 양쪽에서 훌륭하거든요. 후반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는 점이 신기할 만큼 참신한 사진 기믹도 등장하고, 추락하면서 발판을 하나씩 발 밑에 까는 등 순발력으로 풀어갈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파고들기 요소도 있습니다. 거점에는 포스터 게시판이 있는데요. 스테이지를 돌면서 숨겨져 있는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서 가져오면 게시판을 채울 수 있습니다. 콜라 포스터 같은 단순한 그림부터 스토리의 배경으로 짐작되는 부분까지 다양한데요. 한번 클리어한 곳도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가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플레이타임은 유저에 따라 큰 편차가 있을 텐데, 적어도 5시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인디 퍼즐 중에서는 무난하거나 약간 적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스테이지마다 퀄리티 밀도가 워낙 높고, 이야기의 기승전결도 훌륭해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게다가 9월 25일부터 도쿄게임쇼 참가 기념으로 2주 동안 할인을 실시합니다. 정가 1만 5천원에서 30%가 깎이니, 구매를 고민하는 유저에게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네요. 사운드트랙을 따로 판매할 만큼 음악도 준수합니다.

셔터냥은 대사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림과 애니메이션만으로 주인공 고양이와 집사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 감성, 감동을 게임에 녹여냈습니다. 주인공 고양이는 소녀에게 행복을 '촬영'해줄 수 있을까요? 아직도 꽤 어렵지만,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서라도 도전하게 되는 아름다운 게임입니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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