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게임성과 그래픽 퀄리티, 최적화, 콘텐츠 볼륨, 합리적인 과금 모델이 게임 선택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게임사의 소통과 운영은 최근 게임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운영의 형태는 평가 기준만큼이나 폭넓다. 포괄적인 의미는 게임사가 제작한 작품을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콘텐츠별로 뜯어보면 분류는 세부적으로 나뉜다. 서버 유지, 밸런스 조정, 보안 강화, 이벤트 진행, 커뮤니티 관리까지, 게임사의 결정으로 변화하는 모든 일을 운영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최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게임사의 운영이 화제가 된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문제 대응이 유저들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이전부터 쌓여왔던 운영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특히, 지난해 1월 시작된 트럭시위는 게임사의 운영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기록됐다. 작은 불씨는 페이트: 그랜드오더로부터 시작됐다. 미진행 캠페인과 부족한 소통, 오역 이슈 문제들이 쌓인 상황에서 스타트 대시 캠페인 사태가 촉매제가 되어 트럭시위까지 이어졌다.

한자리에 모인 운영진과 유저 대표는 서로의 의견을 가감 없이 교환했다. 간담회로 모든 것이 해소되진 않았지만 유저 대표의 입장과 이를 받아들이는 운영진의 자세가 맞물리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유저들은 한 달간 진행해온 트럭시위를 중단했으며, 운영진은 간담회에서 약속한 개선 방안들을 이행했다. 공식카페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오역, 오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규 현지화 QA 인력 채용 공고와 버그 발생 및 수정 과정을 설명한 글에 게임의 변화를 응원하는 댓글이 달렸다.

트럭시위는 페이트: 그랜드오더 운영진에 값진 경험이 됐다. 페이트: 그랜드오더는 서비스를 이어오며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었고 스타트 대시 캠페인은 불만을 폭발시킨 불씨였을 뿐이었다. 이미지 측면에서 피해를 입었지만 모든 유저들이 등을 돌리기 전에 사건을 마무리하는데 성공했다.

페이트: 그랜드오더로부터 시작된 나비효과는 국내 게임업계의 변화를 주도했다. 라그나로크와 마비노기, 에픽세븐 등의 게임들이 소통 행보 확대를 약속했고 다른 게임도 운영 노선을 유저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불씨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른 모바일게임도 비슷한 유형의 트럭시위가 이어졌다. 더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처럼 게임업계의 민감한 부분까지 지목하고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유저들이 트럭 시위의 효과를 직접 체감한 것이 중요하다. 직설적으로 ‘뽑기 비용보다 트럭 섭외 비용이 더 싸다’라는 커뮤니티 글은 게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시위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럭 시위가 언제, 어디서든 열릴 수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과 유저에 대한 게임사의 이해도다. 트럭 시위가 시작되고 간담회가 청문회로 바뀌게 된 원인은 그동안의 운영이 꾸준히 건의됐던 사항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트럭을 멈추려면 트럭이 달리게 된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 트럭 시위가 빠르게 정착한 이유는 유저들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특유의 소통방식에 있다.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는 게임사의 방음벽을 뚫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유저와 게임사의 노력 끝에 분위기가 점차 누그러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유저들의 불만을 접수한 게임사는 스스로 소통 창구를 확대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있다. 트럭 시위 역시 지스타 기점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며, 게임사들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트럭이 새로운 소통 창구로 자리 잡은 이상, 향후 게임사의 운영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집중된 만큼 변화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트럭을 받은 운영진들이 간담회와 공지사항에서 약속했던 소통과 이해의 자세야말로 변화하고 있는 게임사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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