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사이드가 어느덧 출시 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700일이 넘는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때도 많았지만 만만치 않은 반발을 샀던 업데이트도 있었죠. 그때마다 유저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개발진의 피드백이 이어지면서 게임의 완성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콘텐츠에 대한 분석은 여럿 있었지만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이들에 대한 조명은 드물었습니다. 특히, 운영, 스토리, 아트는 카운터사이드를 대표하는 특징, 장점 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키워드입니다. 지난 쇼케이스에서 향후 미래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했고 유저들의 호응을 얻었죠. 

카운터사이드를 만들어가는 이들에게, 지난해와 올해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또한 이들이 만들어나갈 미래는 어떤 형태일까요? 박상연 총괄 PD와 한동주 시나리오 파트장, ‘슈퍼뉴’ 이현호 AD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했으며, 3일간 3회에 걸쳐 공개합니다. 

1. 박상연 총괄 PD “양질의 콘텐츠 공급, 최선을 다하겠다”
2. 한동주 파트장 “메인스트림 시즌2, 올해 가속도 붙인다”
3. 이현호 AD “카운터사이드만의 스타일 확립하겠다”

한동주 시나리오 파트장
한동주 시나리오 파트장

Q: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동주: 안녕하세요. 카운터사이드 시나리오 파트장 한동주입니다. 저희 시나리오 파트는 카운터사이드의 시나리오 작성, 캐릭터 메이킹, 성우 녹음, 인게임 컷씬 연출을 포함해, 콘텐츠에 내러티브를 녹여내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서면으로나마 유저분들에게 다시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미로의 끝’ 관련 인터뷰를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지금도 그렇지만 공식 매체를 통해 유저분들을 뵙는 자리라 긴장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번에는 시나리오 파트의 현황을 포함해, 가능한 당시보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여전히 스토리는 아트, 사운드와 더불어 카운터사이드의 3대장으로 꼽힙니다. 긍정적인 반응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동주: 스토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좋은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는 직원 분들께도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은 유저분들이 보내주시는 격려이자, 충고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좋았다. 그러니까 나중에 잘못된 부분 있으면 참고해서 잘 고쳐라’라는 의미로요. 

또 한편으로 저희가 퀄리티 측면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여드릴 때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콜라보 스토리는 제가 담당했는데, 유저분들이 바라던 방향성과 매우 큰 괴리가 있었죠. 해를 부르는 궤적 설정 오류와 알파트릭스 이벤트가 연기되면서, 이번 메인스트림 EP.8의 내용을 온전히 몰입하기 어려우셨던 부분 등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신 내용들은 스토리에 대한 칭찬만큼 소중한 조언들이었습니다. 

저희가 지향해온 바는 줄곧 유저분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와 사랑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유저 여러분께서 카운터사이드의 세계를 만끽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상반기 업데이트 일정표를 보고 놀랐습니다. 거의 매월 이벤트 에피소드와 단편스토리, 카운터케이스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는데,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지 않으신지요
한동주: 소화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 이상 줄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난 2년간, 저희가 공개했던 이벤트 에피소드 중 많은 경우가 서사적 성격이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보니 캐릭터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내용이나 그들의 소소한 일상 등은 상대적으로 조명받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세계관이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이런 소소한 내용들도 충실해야 합니다. 로터스의 풍경은 정말 삭막할지, 프론트 베이의 용병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하트베리의 방송 라이벌은 무슨 콘텐츠를 주로 하는지, 코핀 컴퍼니의 회식 자리는 얼마나 난장판일 것이며 등 소소하고 피부에 닿는 이야기들이 세계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기서 털어 놓자면 이전까지는 메인스트림을 비롯해 굵직한 전개를 지탱하기도 벅찬 상황이었습니다. 오래된 공포의 후속 이벤트나 알파트릭스 이벤트 등은 의욕이 있었음에도 시간 문제로 오랫동안 진행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다행히 현재는 새롭게 입사하신 파트원 분들께서 적응을 어느 정도 마치시고 실무를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이후 전개될 스토리 콘텐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Q: 현재 시나리오팀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한동주: 현재 저를 비롯해 ‘홀로 남겨진 것’을 담당하셨던 분, 그리고 신규 입사자 두 분이 합류해서 4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새로 오신 두 분은 수습 기간 중 맡은 ‘부사장의 휴일’ 이벤트의 후일담을 시작으로 시나리오 파트의 여러 실무를 분담해 주고 계십니다. 당시에는 이미 시나리오 라이터 2인으로 한계를 맞이한 참이라, 너무 늦지 않게 두 분이 합류해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Q: 2년 동안 카운터사이드의 스토리를 이끌어오셨습니다. 인상 깊었던 유저 혹은 내부 피드백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한동주: 유저분들이 만들어 주시는 2차 창작물들도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면에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재미있고 참신한 내용이나 멋진 작품들이 정말 많습니다. 카운터사이드에 대한 애정으로 훌륭한 창작물을 만들어 주시는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유저 분들이 조성한 밈을 공식에서 수입했다가 유저층의 분란을 야기하거나 밈 자체가 무산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존재하기에, 저로서는 되도록 ‘이만큼 즐겨 주시는 구나’하는 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 인터뷰에서 가은 카운터케이스를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그 이외에도 세계관이나 설정에 대한 분석글은 꼭 챙겨 보고 있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무척 예리한 내용도 있어서 점심 시간 때 누워서 읽고 있다가 '어?'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던 기억이 나네요.

최근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라면 웹페이지에 캐릭터 프로필이 처음 공개됐을 때, 힐데를 보신 유저 분들이 'LIKE: 배신'이 왜 없냐고 하셨을 때네요. 힐데는 배신자가 아닐 겁니다. 아마도요.

당시 이와 더불어 프로필의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도 많이 지적해 주셨습니다. 이 부분은 앞서 언급한 '소소한 내용도 충실해야 한다'는 지향점과도 일치해서 카운터케이스, 서플리먼트와 별개로 캐릭터들의 매력과 다양한 측면들을 조명할 수 있는 방안을 기획 중입니다. 너무 늦지 않게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스토리 파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동주: 작업을 맡았던 파트들은 전부 기억에 남지만, 특별하게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오래된 공포' 이벤트 같습니다. 

외적으로는 뉴 컴퍼니 2.0 업데이트와 맞물려서 굉장히 다사다난한 시기였습니다. 대표님께서도 성장통이라고 언급하실 정도였으니까요. 내적으로는 이벤트 컨텐츠의 전체적인 틀이 잡혔던 이벤트 에피소드였습니다. 스토리 볼륨도 이때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죠. 

당시 보내 주신 호평 덕분에, 메인스트림과 다른 스타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겠다고 확신하게 된 기회였습니다. '오래된 공포'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시지 않았다면 이후 '미로의 끝'을 비롯한 여러 이벤트 에피소드들도 지금 같은 형태로 선보이긴 어려웠을 겁니다.

ESPR, 에크하르트 초월지식 학회는 세계관 내에서 가장 골치 아픈 상대 중 하나입니다. '오래된 공포'는 레지나 맥크레디의 귀환과 에델 마이트너의 존재에 초점을 맞춘 관계로, 그들의 위험성은 다른 이벤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묘사되었지만 보다 본격적인 등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의 불륨과 내용 측면에서 ‘그늘의 밑바닥’과 ‘울지 않는 너를 위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획부터 탈고 과정까지, 제작 비화가 궁금합니다
한동주: '그늘의 밑바닥'의 내용인 미니스트라와 스피라의 과거를 콘텐츠로 풀어 보자는 논의는 개발 막바지부터 박상연 PD님이 줄곧 말씀해 주셨습니다.

작업을 담당하게 된 까닭은 그간 개인적인 취향이었지만 지양해 왔던 어두운 분위기를 어느 정도 녹여낼 수 있었다는 점과 메인스트림과 다른 갈래의 새로운 이야기를 유저 분들께 보여 드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개발 시기에 미니스트라와 스피라를 구상할 때 리타와 대시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잡혀 있었지만, 구체적인 서사까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과거의 조명으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신규 캐릭터로서 본래 독립적인 이야기를 지닐 예정이었던 호라이즌도 둘과 같은 소속이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둘 모두 대표님과 디렉터님이 충분한 재량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작업이었습니다. 유저와 얽히는 이야기 구조와 윌버의 마지막에 대한 아이디어는 두 분께서 각각 제안해 주셨는데, 당장 작업할 때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쥐어짜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유저 분들께 만족감을 드릴 수 있는 결과물로 완성되어 무척 안도했습니다.

반면 '울지 않은 너를 위해'는 '그늘의 밑바닥' 작업 당시부터 기본 골격이 완성된 상태였는데, 어디서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전개상 호라이즌이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반면, 풀어내야 할 이야기들은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중후반부에 ESPR의 분량을 들어내야 했는데 이 점이 중간 전개를 약간 루즈하게 만든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ESPR과 마찬가지로, 호라이즌 투자기금 역시 어떤 형태로든 다시 스토리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그 때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유저 여러분들께 좋은 이야기를 선사해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EP7, 8로 본격적으로 구원 기사단과 코핀컴퍼니와의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유저라면 어떤 포인트를 주목해서 앞으로의 스토리를 감상해야할까요
한동주: 메인스트림에 대해서는 아직 시즌2가 진행 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네요. 현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메인스트림 EP. 6가 시작이었고 EP. 7은 주시윤의 이야기였다면, EP. 8은 클리포트 게임의 개막과 함께 기존 세계관과 궤를 달리하던 구원 기사단의 내부 사정이 엿보이는 구간이란 것입니다. 아마 이번에 간접적으로 언급된 내용 등을 통해 그들의 과거를 짐작하신 분들도 계시리라 봅니다.

시즌2는 사전 공개를 통해 말씀드린 대로 올해 박차를 가해 진행할 예정입니다. EP. 8로 확정된 인물들의 관계가 클리포트 게임에서 어떻게 풀릴지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2월 이벤트 스토리로 그레모리의 바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관련 이벤트에서 어떤 스토리를 전개하실 계획이신가요? 공개 가능한 힌트가 있다면 조금만 부탁합니다
한동주: 2월 이벤트 스토리는 갓 견습 과정을 마친 퇴마사 니콜이 범죄자가 우글거리는 도시의 주점에 바텐더로 위장 취업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2022년에 공개될 스토리 컨텐츠들을 준비하면서, '울지 않은 너를 위해' 이후로 진중한 이야기의 비중이 커서 피로감을 느끼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랜만에 소소하고 알콩달콩한 분위기로 흘러가게 준비했습니다. 모쪼록 그레모리를 비롯한 새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Q: 제작자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동주: 이전 인터뷰에서는 보다 사랑받는 캐릭터, 스토리로 보답 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다만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카운터사이드가 유저 분들께 오랫동안 사랑받는 서브컬처 게임으로 자리 잡게 일조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왼쪽부터 박상연 총괄 PD, 한동주 시나리오 파트장
왼쪽부터 박상연 총괄 PD, 한동주 시나리오 파트장

Q: 카운터사이드의 스토리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유저분들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동주: 마지막으로 대표님께서도 이 지면을 통해 꼭 당부 드리고 싶다고 부탁하신 점은 카운터사이드의 스토리는 저나 대표님 등 특정한 작업자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만들어내는 공동의 작품이란 점입니다. 특히, 이후로는 많은 재능 있는 시나리오 라이터 분들, 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제공해 주시는 개발팀 모두의 노력이 포함되어 있으니 작품의 좋은 부분도 아쉬웠던 부분도 팀 전체를 격려해 주시고 또 질책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모처럼 유저 분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이다 보니, 절제하지 못하고 저 혼자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것 같습니다. 2022년에는 2021년보다 카운터사이드에서 더 즐거운 경험을 누리실 수 있도록 파트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