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아이템 파밍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입니다.

디아블로2는 파밍의 재미를 한껏 끌어 올려 방향성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디아블로2를 경험해 본 유저라면 악마들을 처치하며 아이템을 획득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정보를 확인하던 추억이 있을 겁니다.

지난 4월 진행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첫 래더는 파밍의 재미를 느끼던 추억을 되살리는 동시에 편의성 개선에 집중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편의성이 개선되어 추억으로 포장된 불편함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결국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인기 순위 상위권에 올라 건재함을 과시했죠.

사실 첫 시즌은 게임성이 변하거나 특별한 재미 요소가 추가되지 않았습니다. 그래픽이 리뉴얼되고 편의성이 개선되었을 뿐 콘텐츠의 변화는 없었으니까요. 제작 룬워드가 일부 추가되고 TC(Treasure Class) 상승이 맵 곳곳에 적용되었지만 특정 사냥터 선호는 바뀌지 않았죠.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두 번째 래더는 지난 시즌과 달리 본격적으로 콘텐츠의 확장이 이뤄졌습니다. 사냥터 전체의 TC가 상승하는 ‘공포의 영역’과 몬스터의 면역 수치를 파괴하는 부적의 등장으로 시스템적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공포의 영역은 이번 시즌에 도입된 신규 콘텐츠로 ‘비밀의 젖소방’처럼 각 난이도의 바알을 처치한 이후부터 적용할 수 있습니다. 공포의 영역은 매시간 정각 1막부터 5막까지 모든 지역 중 한 곳에 선포되고 1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공포의 영역은 해당 지역 모든 몬스터의 TC를 캐릭터 레벨에 비례해 상승시킵니다. 1막 초반부에 공포의 영역이 설정되면 몬스터의 강함보다 TC가 급격하게 상승해 간단하게 고급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죠.

같은 지역을 맴돌던 게임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유저들은 공포의 영역이 선포될 때마다 해당 지역을 방문해보고 기존 사냥과 비교해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최고의 효율을 내기 위해 캐릭터, 맵, 스킬, 상성까지 연구하고 게임의 이해도가 한층 올라가죠.

이해도 상승은 자연스럽게 다른 캐릭터의 육성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올라운더, 상급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한 챔피언 킬러, 보스 사냥만 집중하는 보스 킬러를 하나씩 육성하는 동안 자신만의 ‘애정캐’가 생기고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위한 관련 연구를 다시 시작하게 되죠.

공포의 영역에서만 획득하는 ‘파괴 부적’은 캐릭터와 빌드 연구의 재미를 한층 증가시킵니다. 파괴 부적은 인벤토리에 지니고 있으면 옵션에 따라 상대의 면역을 파괴하는데, 동시에 자신의 저항력도 대폭 감소시킵니다. 적과 자신을 동시에 해치는 양날의 검이죠.

사실 기존 단일 원소 캐릭터는 룬워드 아이템 무한의 공간을 획득하기 전까지 면역 몬스터를 처치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물리 대미지를 주는 캐릭터는 룬워드 아이템을 사용해도 효율이 나오지 않아 거의 버려지는 수준이었고요.

파괴 부적은 지금까지 존재한 캐릭터의 범용성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공개 방에 들어가면 그동안 사용되지 않아 얼굴을 보기 어려웠던 캐릭터들이 조금씩 초상화에 얼굴을 비추고 단일 원소 스킬을 사용하는 유저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범용성은 캐릭터 선택에 큰 영향을 줍니다. 래더 초기 다수 보이는 팔라딘과 소서리스는 범용성에 의해 선택받은 대표적인 캐릭터들입니다. 물론 끝까지 팔라딘과 소서리스로 래더를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래더 막바지가 되면 고점이 높고 고정 팬층이 있는 바바리안과 아마존의 아이템이 비싸지는 경우가 많죠.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두 번째 래더가 시작된지 약 2주가 지났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는 신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과도기인 만큼 여전히 변화에 큰 관심을 주지 않고 기존의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있습니다. 오히려 도입된 콘텐츠가 변화를 강제하지 않아 만족하는 반응도 보입니다.

세차게 흐르는 강에 지류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신규 콘텐츠는 디아블로의 기본을 잃지 않으면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해 유저를 유혹합니다. 수없이 편곡되는 클래식 명곡처럼, 오늘도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새로운 변주곡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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