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로아온 썸머에서 발표된 군단장 카멘 레이드  출처: 스마일게이트
▲ 2023 로아온 썸머에서 발표된 군단장 카멘 레이드  출처: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의 여름 쇼케이스 ‘로아온 썸머’ 이후 실망을 드러내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PC방 점유율 역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인데, 쇼케이스가 끝날 때마다 유저가 눈에 띄게 증가하던 기존과 크게 다른 분위기다. 

쇼케이스 로드맵이 공개된 이후, 유저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군단장 레이드의 마지막을 장식할 카멘 업데이트가 9월로 예고되면서 약 3개월 동안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줄을 잇는다.

군단장 레이드는 로스트아크의 대표적인 수직 콘텐츠로 재탄생을 선언한 게임의 두 번째 시즌이 많은 인기를 누리도록 만든 1등 공신이다. 2021년 마수군단장 발탄을 시작으로 6개월에 걸쳐 연이어 등장한 비아키스, 쿠크세이튼, 아브렐슈드 레이드는 출시마다 많은 호응과 관심을 받으며 수직 콘텐츠가 성장 중심의 MMORPG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증명한 바 있다.

▲ 몽글몽글한 감성을 자극한 2021 로아온 썸머 출처: 스마일게이트
▲ 몽글몽글한 감성을 자극한 2021 로아온 썸머 출처: 스마일게이트

같은 시기, 수평 콘텐츠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익스프레스의 경우 새로 생성한 캐릭터를 레이드 시작 레벨까지 빠르게 성장하도록 도와줘 누구나 게임의 핵심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고 많은 유저가 로스트아크에 정착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물론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레이드가 추가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발생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전 쇼케이스에서 게임의 스토리 진행, 재화 수급량 및 성장 구조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수직 콘텐츠의 추가보다 내실 다지기가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했고 유저들 역시 ‘너무 빨랐던 것은 사실’이라며 개발진을 이해하고 인고의 시간을 버티기도 했다.

▲ 슈퍼 모코코 익스프레스는 기존보다 더욱 혜택이 강화됐지만 반기는 유저가 적은 편이다  출처: 로스트아크 유튜브 캡쳐 
▲ 슈퍼 모코코 익스프레스는 기존보다 더욱 혜택이 강화됐지만 반기는 유저가 적은 편이다  출처: 로스트아크 유튜브 캡쳐 

이번 쇼케이스 역시 공개된 핵심 콘텐츠는 기존과 비슷한 편이다. 수직 콘텐츠의 중심을 책임질 카멘 레이드에 더해 유저의 유입을 담당해 온 익스프레스는 ‘슈퍼 모코코 익스프레스’로 한층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또 메인 스토리의 추가와 신규 직업 소울이터 등장 등 주요 업데이트의 구색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발표 방식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 두루뭉술한 콘텐츠 업데이트 일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카멘 레이드는 2021년 겨울부터 출시시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단기간에 급하게 제작된 콘텐츠가 아니기에 확실한 일정 없이 9월 출시를 알린 발표를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수직 콘텐츠의 불확실한 일정은 결국 동시에 발표된 성장 위주의 슈퍼 모코코 익스프레스와 여름맞이 이벤트까지 부정적인 인식을 심었다. 지난 패치에서 거듭된 익스프레스와 1년 넘게 이어진 업데이트의 부재로 이미 상위권에 도달해 다음 레이드를 기다리는 유저가 많은 상황에 의미 없는 패치일 뿐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 발표 인원은 늘었으나 내용물은 부실해졌다  출처: 스마일게이트
▲ 발표 인원은 늘었으나 내용물은 부실해졌다  출처: 스마일게이트

기존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부족한 소통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로아온은 유저 초청 없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리 준비된 질의응답으로 업데이트의 의문을 온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줬으며, 레이드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이유에 ‘개발의 편의를 위해’라는 답변으로 두 번이나 지연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큰 반발을 만들었다.

스마일게이트는 로아온이 끝난 뒤 긴급하게 편성한 라이브 방송에서 실언을 사과하고 카멘 레이드의 일정을 9월 13일로 확정했으나 따로 유저 소통이나 질의응답 없이 준비된 자료만 발표하고 방송을 종료해 ‘소통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유저의 실망을 더욱 키운 상황이다.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상황을 타개할 만한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수직 콘텐츠를 기다리는 유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만큼 수평 콘텐츠와 균형을 이루던 이전과 달리 새로운 설계 및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나 당장 방향성을 바꾸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로스트아크는 콘텐츠 균형의 딜레마에 빠졌다. 재미를 지탱하던 축이 흔들리자 소통이나 편의성 개선같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기반이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너 아직도 그 게임하니?’라는 질문으로 깊게 새겨진 흉터가 덧나지 않도록 주의 깊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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