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 웬즈데이 시작 화면
▲ 블루 웬즈데이 시작 화면

방에 있는 낡은 피아노부터 죽도록 가기 싫은 아르바이트의 바코드 소리까지, 온 세상에 재즈 선율이 가득합니다.

블루 웬즈데이는 주인공이자 재즈 피아니스트 모리스의 행적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어드벤처게임입니다. 리듬게임처럼 피아노를 연주하고 각종 미니게임에 열중하는 사이 오늘도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는 여러 인물의 서사도 함께 알 수 있죠.

▲ 아침에 피아노를 안치면 언제 치나요
▲ 아침에 피아노를 안치면 언제 치나요
▲ 실패한 청춘의 자기 위로
▲ 실패한 청춘의 자기 위로

모리스는 자타공인 ‘실패한 인생’입니다. 재즈 피아니스트의 꿈을 따라 무작정 도시로 상경했고 앨범까지 발매했으나 판매량은 고작 13장 남짓이었으며 월세가 6개월 넘게 밀릴 정도로 궁핍한 삶을 살고 있죠. 끝없이 이어지는 실패에 의욕이 없다 보니 겨우 구한 마트 아르바이트에서 해고까지 당하고요.

백수가 된 모리스는 우연한 계기로 재즈 클럽 버드의 피아노 연주자로 취직합니다. 물론 역경이 존재했으나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덕분에 한 번의 고비를 넘겼죠. 그 순간, 우울하고 슬픔을 가득 담은 모리스의 음악은 경쾌하고 신나는 재즈로 다시 거듭납니다.

사실, 블루 웬즈데이의 게임 진행 방식은 모리스의 일상을 다루기에 특별하지 않은 편입니다. 알람을 듣고 일어나 피아노를 연주할지 고민하고 출근했다가 퇴근하는 쳇바퀴 같은 일상을 반복할 뿐이죠. 지루한 일상의 반복을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고 각종 방식으로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뿐입니다.

▲ 매우 간단한 축에 속하는 벤의 카메라 조정
▲ 매우 간단한 축에 속하는 벤의 카메라 조정
▲ 피아노 연주 역시 리듬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 피아노 연주 역시 리듬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조연들과 상호작용할수록, 단조롭던 일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고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이 점점 늘어납니다. 커피 물 조절, 카메라 화질 조절, 랩 배틀 구경, 라디오 수리 등 할 일이 넘치죠. 또 적당한 호감도를 달성하면 음악인을 위한 선물이라며 LP 음반을 주기에 생기 없는 작은 원룸을 음악으로 가득 채울 수 있죠.

하루하루 일상을 반복하는 사이 모리스의 세상은 여러 꿈으로 가득 찹니다. 우울하던 시절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밝아지고 재즈 클럽의 색소폰 연주자 안젤라와 서로 의지하는 연인 사이로 발전합니다.

모리스가 행복에 젖어 피아니스트의 꿈을 조금씩 되살리는 사이, 본격적인 리듬게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집과 재즈 클럽, 어디를 가도 즐거운 마음으로 매력적인 연주가 이어지죠. 동시에 지루하게 느껴지던 이야기 진행은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멈출 새도 없이 빠르게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 화려함이 넘쳐 흐르는 도시
▲ 화려함이 넘쳐 흐르는 도시
▲ 잠든 애인을 보면서 작곡하는 행복한 한 때
▲ 잠든 애인을 보면서 작곡하는 행복한 한 때
▲ 악보에 남은 추억
▲ 악보에 남은 추억

이야기의 빠른 전개와 변화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청력으로 전달됩니다. 무기력하던 초반에는 어딘가 기운 없는 듯한 재즈 선율이 흐르고 한창 사랑에 빠졌을 땐 경쾌하고 부드러운 블루스가 마음을 사로잡죠. 다만, 폭주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어느 순간 선율을 비틀고 찢으며 불협화음으로 온 세상을 채웁니다.

블루 웬즈데이는 청춘의 꿈, 도전, 사랑 그리고 실패를 담아낸 게임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꿈, 도전, 사랑, 실패는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씩 찾아와 굳은살이 생길 때까지 마음을 헤집고 상처를 남기죠. 

▲ "실패한 거지, 패배한 게 아니니까"
▲ "실패한 거지, 패배한 게 아니니까"

모리스 역시 다시 찾아온 꿈과 실패에 고통 받고 그대로 넘어지면서 길을 잃어버립니다. 더 이상 불협화음도 들리지 않는 무음의 세계는 수없이 꺾여 쓰러진 청춘을 보는 것처럼 안타까움을 넘어 무서운 느낌까지 전달하죠. 물론 다시 찾아온 ‘도전’은 다시 재즈 선율을 완성하도록 돕습니다.

블루 웬즈데이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나아가는 청춘에게 바치는 찬사 같은 게임입니다. ‘실패한 것이지 패배한 것이 아니다’라는 안젤라의 말처럼,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결국 도전의 끝은 승리로 기록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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