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던워페어3는 블라디미르 마카로프의 등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출처: 콜오브듀티 공식 홈페이지
▲ 모던워페어3는 블라디미르 마카로프의 등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출처: 콜오브듀티 공식 홈페이지

진부한 미션은 시리즈에서 가장 강렬해야 할 스토리를 지루하게 만든다. 모던워페어3 캠페인은 과도하게 짧은 플레이 타임과 멀티플레이 콘텐츠의 답습으로 시리즈 전체 기대치를 떨어뜨린다. 

모던워페어 리부트 이후 콜오브듀티 캠페인은 공통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짧아지는 플레이 타임, 이야기의 아쉬운 개연성, 새롭지만 혹평에 가까운 미션 전개 방식으로 매번 신작들은 전작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던워페어2는 한 가지 다른 부분이 있었다. ‘노 러시안’으로 요약된 캠페인 쿠키영상이 팬들의 기대를 후속작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리즈 최악의 빌런 블라디미르 마카로프의 귀환은 리부트 시리즈에서 가장 강렬하고 높은 퀄리티의 미션으로 다뤄졌어야 했다. 

▲ 제한된 구역이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은밀하게 목표를 달성할지, 화력전으로 밀어붙일지 결정하면 된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제한된 구역이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은밀하게 목표를 달성할지, 화력전으로 밀어붙일지 결정하면 된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돌아다니다 보면 장갑판과 장비 그리고 멀티플레이 킬스트릭 장비까지 손쉽게 수집할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돌아다니다 보면 장갑판과 장비 그리고 멀티플레이 킬스트릭 장비까지 손쉽게 수집할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하지만 모던워페어3 캠페인은 전작과 워존의 요소, 단점을 그대로 가져왔다. 특히 ‘개방형 전투 임무’는 캠페인 유저들에게 생소할 법하다. 해당 미션에서 유저는 제한된 지역에 배치된 보급상자를 열어, 스타일에 맞는 장비를 마련할 수 있다. 가령 은밀하게 이동하고 싶다면 소음기 장비로, 화끈한 화력전을 원한다면 중화기로 돌파하면 된다. 

모던워페어3는 전체 캠페인 중 절반이 넘는 미션을 개방형 전투 임무로 구성했다. 실제로 전장에는 다양한 무기와 방어구, 특수 장비, 킬스트릭 보급품 상자가 널려있고 잠입미션을 화력전으로 돌파해도 미션실패로 기록되지 않아, 자유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성우들의 목소리 톤과 분위기 자체가 바뀌는 점도 디테일한 설정이 돋보인다. 

▲ 트레일러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작전 627의 분위기와 완성도는 압도적이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트레일러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작전 627의 분위기와 완성도는 압도적이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눈매가 착해진 블라디미르 마카로프. 내용물은 원작 이상으로 삐뚤어졌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눈매가 착해진 블라디미르 마카로프. 내용물은 원작 이상으로 삐뚤어졌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문제는 높은 자유도가 기존 콜오브듀티 캠페인의 정체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콜오브듀티 캠페인은 미션 전개 과정을 철저하게 통제해, 영화적 연출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모던워페어3 또한 첫 번째 미션 ‘작전 627’에서 극적 연출과 반전으로 블라디미르 마카로프의 첫 등장을 성공적으로 표현했다. 

반대로 개방형 전투 임무는 스토리와 플레이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시네마틱 영상으로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감은 보급품을 찾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맥없이 풀린다. 넓은 맵에서 장비를 보급하고 적들을 제압하는 과정은 캠페인이 아닌 워존 스타일이다. 차분히 진행하는 싱글플레이와 계속 뛰어다녀야 하는 멀티플레이의 분위기를 구분해야 했다.

▲ 마지막 체크포인트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면, 현장에서 파밍한 장비를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마지막 체크포인트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면, 현장에서 파밍한 장비를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실수로 잠입 콘셉트를 깨버려, 마지막 체크포인트로 돌아갔을 때 크게 후회했다. 상당 부분 진행했음에도 미션 시작지점으로 돌아온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실수로 잠입 콘셉트를 깨버려, 마지막 체크포인트로 돌아갔을 때 크게 후회했다. 상당 부분 진행했음에도 미션 시작지점으로 돌아온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세부적인 구성도 아쉽다. 캠페인임에도 보급품, 장비 커스텀 화면, 장비 종류를 워존의 것을 그대로 따왔다. 이론상 잠입과 화력전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지만, 잠입 시스템의 완성도가 미흡해 언젠가 벌어질 총격전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한번 발각되면 잠입을 다시 이어갈 방법이 없다. 

개방형 전투 임무 특성상 세이브 포인트 지점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불편하다. 잡입 도중 들켰을 때, 마지막 체크 포인트 지점부터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수시로 화면 한편에 저장 중 아이콘이 등장하지만 정작 체크포인트 지점은 시작지점으로 고정된다. 

워존의 베르단스크 전장 일부분을 캠페인 미션에 활용한 점도 호불호가 나뉠만한 부분이다. 워존을 즐기던 유저라면 익숙한 맵 구성을 환영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기존 콘텐츠의 답습이라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모던워페어3는 멀티플레이 전장도 2009년 모던워페어2의 것을 리모델링해, 참신함 측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는다. 

▲ 원작보다 멀끔하게 생긴 만큼, 내면의 광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원작보다 멀끔하게 생긴 만큼, 내면의 광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모던워페어 리부트 시리즈를 캠페인만 플레이해온 유저들이라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모던워페어 리부트 시리즈를 캠페인만 플레이해온 유저들이라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무엇보다 캠페인의 짧은 플레이 타임과 스토리의 아쉬운 개연성은 마니아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새롭게 쌓아올린 블라디미르 마카로프의 캐릭터성은 인상적이다. 이번 타이틀에서도 노러시안을 통해 극단적인 국수주의자이자 목적을 위해 자국민까지 희생시키는 모순된 사이코패스 이미지를 확실히 인식시켰다. 

그럼에도 불친절한 스토리 설명과 부족한 개연성은 캠페인 유저들을 고립시킨다. 스토리상 사망한 것처럼 연출됐던 알렉스, 필립 그레이브즈는 정작 캠페인 주연임에도, 생존 소식이 멀티플레이와 워존으로 공개됐다. 때문에 PvP 콘텐츠를 꾸준히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왜 사망한 캐릭터들이 다시 스토리에 등장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필립 그레이브즈를 두둔하는 알렉스와 파라의 행보도 워존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사실이며, 매번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셰퍼드 장군, 허무하게 퇴장한 주연급 인물들, 배경을 이해할 수 없는 쿠키영상 속 인물의 행동 등은 마니아 유저라도 쉽게 이유를 파악할 수 없다. 

▲ 전력을 다해 잠입 콘셉트를 유지해보려 했지만, 정면돌파 스타일이 훨씬 더 스마트한 방법임을 체감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후반부 중간 보스처럼 무더기로 등장하는 저거넛. 공략의 즐거움, 긴장감보다 저거넛을 허들 장치로 계속해서 재활용한다는데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후반부 중간 보스처럼 무더기로 등장하는 저거넛. 공략의 즐거움, 긴장감보다 저거넛을 허들 장치로 계속해서 재활용한다는데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4시간 분량으로 메인 빌런의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한 서사는 높이 살만하다. 문제는 그 이외의 모든 부분에서 희미해진 콜오브듀티의 정체성이다. 선형 구조의 전장, 영화적 연출을 제외해도 2인 1조 스나이퍼 미션, 자동차 추격전 등 모던워페어를 대표하는 미션들이 개방형 전투 임무로 대체됐다. 

콜오브듀티 마니아 유저 중 일부는 캠페인 때문에 풀프라이스 패키지를 구매한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캠페인 콘텐츠는 꾸준히 회자됐으며, 그중 블랙옵스 시리즈는 작가의 이름까지 알려질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지기도 했다. 

모던워페어3 캠페인은 그런 마니아 유저들에게 비판을 받을만한 타이틀이다. 서로 별개로 공존했던 캠페인과 멀티플레이를 연결한 시도는 가능하다. 그러나 취지를 강조하기에 퀄리티가 부족하다.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총기 사운드 그리고 블라디미르 마카로프의 귀환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캠페인은 분명 큰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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