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그리프라인
▲ 출처: 그리프라인

턴제 RPG임에도 액션게임 특유의 긴장감과 손맛이 있다. 개발사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감성은 전에 없던 파격적인 첫인상으로 이어진다. 

엑스 아스트리스는 하이퍼그리프 산하 개발사인 나우스 웨이스 스튜디오의 턴제 모바일 RPG로, 대표작 명일방주와 달리 14,000원이란 인앱결제 없는 패키지 형태(Buy to Play)의 싱글플레이 게임으로 출시됐다. 

메인 콘텐츠는 PvP 협동 모드와 같은 멀티플레이 요소를 배제해 스토리를 조명하는데 집중했다. 과거 모종의 사건으로 지구와 외계행성 알린도의 관계가 틀어진 상황에서, 특수한 능력을 가진 조사관 옌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난다. 

게임은 지구에서 파견된 조사관 옌과 도란의 공주 비가 알린도를 탐험하며 마주치는 사건들을 선형적인 형태로 보여준다. 새로운 지역으로 넘어가려면 서브퀘스트로 캐릭터들을 성장시켜 중간보스와 같은 강력한 몬스터를 제압해야 한다. 싱글플레이 RPG를 즐기는 유저라면 크게 낯설지 않은 방식이다. 

차별화를 시도한 부분은 전투로 기존 턴제 RPG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들이 돋보인다. 종전의 방식이 캐릭터들이 공격과 턴을 주고받는 형태였다면, 엑스 아스트리스는 여기에 패링과 콤보로 액션게임 특유의 시스템을 접목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 반격기로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면 적 턴 도중에도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반격기로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면 적 턴 도중에도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전투 시 전개되는 UI 우측 하단에는 공격, 스킬 버튼이 배치되며 좌측에는 방어 버튼이 배정된다. 자신의 턴에 상대에게 공격을 하는 과정은 일반 RPG와 동일하지만 반대의 경우 방어 버튼을 정확한 타이밍에 누르면 공격을 피하거나 쳐내서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 수 있다. 

턴제 RPG에 액션게임의 특징을 더한 시스템은 엑스 아스트리스의 독특한 첫인상으로 이어진다. 상대에 따라 효율적인 공격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공격 종류에 따라 캐릭터를 바꿔서 패링해야 한다. 이외에도 연타로 연속 패링을 유도하는 몬스터, 엇박자 공격으로 변수를 유도하는 보스 몬스터들은 전략보다 액션, 소울류 게임 특유의 느낌과 비슷하다. 

▲ 행동력이 허락한다면 자유롭게 콤보를 이어갈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행동력이 허락한다면 자유롭게 콤보를 이어갈 수 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캐릭터들의 개성을 활용한 콤보 시스템도 액션게임의 특징을 상당부분 차용했다. 캐릭터들은 주어진 행동력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는데, 가령 행동력 3개가 있다면 한 캐릭터로 세 번 공격하거나, 세 명의 캐릭터로 한 번씩 나눠서 공격할 수 있다. 

높은 전투 자유도는 캐릭터들의 특성과 엮여, 다양한 콤보의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망가니즈로 주변 몬스터를 끌어당겼다면 다음 순서로 광역 공격기를 보유한 캐릭터를 배치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상대를 넘어뜨려서 추가타를 넣거나 띄운 다음 공중 콤보를 연결하는 콤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스테이지를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 적을 모으고 광역 공격기로 한번에 제압하는 콤보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적을 모으고 광역 공격기로 한번에 제압하는 콤보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패링과 콤보 시스템으로 전투는 기존 턴제 RPG와 다른 속도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긴장감이 녹아있다. 상대의 속성이나 공격 서순을 파악하는 전략적인 면모만큼 공격 패턴과 타이밍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소위 피지컬적인 요소도 비중 있게 다뤄지기 때문. 이를 잘 활용하면 패배할 확률이 높은 전투라도 피해를 입지 않고 공략이 가능하다. 

현재 팬덤 사이에서 엑스 아스트리스에 대한 시선은 ‘아방가르드’로 요약된다. 턴제 RPG와 액션게임을 엮는 과감한 도전으로 기존 장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플레이를 선보인 게임에 알맞은 표현이라는 것. 여기에 화려한 액션 연출과 독특한 색감의 배경 또한 개발사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강화하는 장점으로 꼽을만하다. 

다만 아방가르드는 장점만큼 큰 단점을 표현하는 단어이다. 과감한 시도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지만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엑스 아스트리스 역시 마찬가지로 두 장르의 결합은 독특한 시너지와 함께 뚜렷한 한계점을 갖고 있다. 

그중 스토리, 시스템의 진입장벽은 유저들에게 높은 피로도와 부담감을 지운다. 턴제 RPG 기반에 액션게임의 시스템을 더한 만큼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려면 두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일정 수준 이상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초보 유저를 돕는 가이드나 편의 기능이 다소 부족한 편이다.

초반 전투부터 패링을 강조한 전투 특성상, 패링을 실패했을 때의 페널티도 상당히 높게 책정된다. 패링 자체는 간단하지만 컨트롤에 자신 없는 유저라면 기존 턴제 RPG와 비교해서 체력을 불필요하게 잃는다고 느낄 수 여지가 있다. 

콤보 시스템도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태그 방식의 전투에 익숙지 않다면 일반 공격을 연타하는 정도로 딜타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일부 콤보는 대전격투게임처럼 스킬 입력 타이밍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어, 턴제 RPG와 다른 감각을 요구한다. 

▲ 게임 시작 이후 처음 등장하는 자료. 사전에 게임 스토리를 검색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로 가득하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게임 시작 이후 처음 등장하는 자료. 사전에 게임 스토리를 검색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로 가득하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자원의 설명 또한 각종 고유명사들로 이뤄져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 자원의 설명 또한 각종 고유명사들로 이뤄져있다. 출처: 게임인사이트 취재

부족한 편의성과 번역 퀄리티는 특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엑스 아스트리스는 스토리 전달이 중요한 게임인데 게임에서 사용하는 고유명사가 튜토리얼 단계부터 빗발친다. 고유명사를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고유명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도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화법은 명일방주의 소위 켈시식 화법을 연상케 한다. 게임의 캐릭터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엄청난 비밀을 안고 있다는 분위기를 은유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전말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각종 고유명사의 뜻을 하나하나 뜯어서 해석하며 정황을 유추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현지화인데, 번역 퀄리티가 상당히 부족하다. 음성 더빙은 중국과 일본 버전이 존재하는데, 이중 일본어 더빙의 내용과 한글 자막 내용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성우의 더빙된 음성보다 짧은 텍스트, 존댓말과 반말이 불규칙적으로 섞인 캐릭터 대사, 스토리 이해를 방해하는 오역 등의 문제점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캐릭터들의 모호한 화법과 오역은 명일방주부터 지적받은 문제점이란 점에서 특히 아쉽다. 게임 초반부터 주인공들은 심각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작 유저는 내용들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세계관을 둘러싼 비밀을 걷어내는 스토리가 일반적인 서브컬처 게임 플롯임을 감안하더라도 엑스 아스트리스는 그 정도가 지나쳤다. 

전략성과 컨트롤의 재미를 동시에 가져간 콘텐츠는 넓은 유저층을 아우른다. 분량 또한 14,000원 이란 가격 대비 몇 십 시간이상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준수해 향후 출시될 DLC까지 감안하면 웬만한 콘솔 게임에 버금가는 볼륨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단점이 있지만 특유의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유저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개발사 측이 최적화, 번역 등의 문제점을 종합하고 있는 만큼, 향후 개선 패치와 DLC 업데이트를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릴 여지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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