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면 실패 확률은 적지만, 성공하기 쉽지 않다. 대신 트렌드나 유행에 따르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올라간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RPG 대세론’을 중심으로 넷마블게임즈가 독보적인 선두에 있다. 넥슨, 웹젠, 컴투스, 네시삼십삼분, 와이디온라인 등이 매출 상위권에서 분전하고 있지만 시장이나 분위기를 뒤바꿀만한 게임 보다 유행을 거스르지 않는 게임들로 차트 굳히기의 느낌이 강하다.

과거 스타트업이나 신생기업들은 과감하게 신장르나 새로운 게임으로 시장에 신선함을 전달했는데, 최근 마케팅 규모가 커지면서 사실상 머니게임에서 밀리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위권 게임들의 매출 굳히기와 대기업들의 물량에 선택의 폭이 극도로 제한됐다. 과거 카카오게임이 새로운 기회를 주었지만 그 영향력은 줄었다.

때문에 시장 점유율이 높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모바일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생기업들이 이 역할을 하면서 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프로젝트 하나가 실패하면 회사의 존속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신장르에 도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히도 대기업들이 현재 상황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모바일게임 ‘자동전투’의 기틀을 닦은 넷마블게임즈는 크로노블레이드를 통해 조작성을 강조했다. 게임은 자동전투를 지원하지만 자동으로 게임을 모두 풀어나가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발전된 AI라 하더라도 눈으로 보면서 움직이는 유저들의 조작성을 따라오기란 쉽지 않은데, 크로노블레이드에서는 난이도와 조작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유저들에게 게임을 스스로 조작하도록 유도했다.

때문에 게임의 ‘손맛’을 강조하며 모바일게임의 영역을 한 단계 확장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국내 시장을 압도한 넷마블게임즈는 이제 시선을 세계로 옮겼다. 해외 유저들은 자동전투 보다 여전히 조작성이 뛰어난 모바일게임을 선호하는 만큼 마블퓨쳐파이트를 시작으로 크로노블레이드 등으로 장르와 게임성에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넥슨 역시 마비노기 듀얼, 광개토태왕 등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 지난달에 출시한 용사X용사, 천룡팔부와 같은 게임들이 트렌드에 따른 게임이라면, 마비노기 듀얼, 광개토태왕은 게임성을 강조한 게임들이다. 매출과 성과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지만 마비노기 듀얼은 넥슨의 개발 DNA를 담았고 도전하는 넥슨의 모바일게임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9일 출시되는 광개토태왕 역시 확률형 아이템 없이 전략과 컨트롤 등이 게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매출을 예상하기엔 조심스럽지만 태블릿을 활용이 높은 북미와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태곤 상무는 모바일데이 행사에서 글로벌 시장에 맞춰 별도의 팀을 구성하고 스킨을 따로 제작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것도 그러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네오아레나의 ‘도시를 품다’ 역시 새로운 도전으로 볼 수 있다. 연예인이 캐릭터로 등장해 마치 짧은 드라마나 단편 극장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게임이 전개된다. 모바일게임들의 시네마틱 영상이 이제 온라인게임과 같이 고퀄리티로 제작되고 있는데, 도시를 품다는 게임성을 담은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과거 네시삼십삼분의 회색도시가 시네마틱 모바일게임 장르를 표방했는데, 도시를 품다는 실사의 연예인들이 캐릭터가 되어 보다 확장된 형태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소셜카지노’다. RPG 장르가 어느 정도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판단과 성인 유저들로 모바일게임이 확장된 만큼 맞고 게임을 즐겼던 성인 유저들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게임을 내놓기 위함이다.

넷마블, 넥슨, 네오아레나 등의 기업들이 트렌드를 다소 역행하는 게임을 내놓는 것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완숙기에 접어들어 새로운 유저층을 확보하고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국내에서는 트렌드 역행으로 볼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이러한 시도나 발상의 전환으로 영역을 조금 넓힐 필요가 있다.

단일 시장으로 글로벌에서 손꼽히는 한국 시장이지만 여전히 장르적 한계는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게임사들의 새로운 도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으며, 모바일게임은 해외에서의 성공으로 폭발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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