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에서 유래한 ‘시네마’, 현재는 영화 장르를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네오아레나의 신작 ‘도시를품다’는 독특하게도 장르명에 ‘시네마’를 넣어 시네마게임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과거 영화 같은 연출을 보여준 게임들은 많았습니다. 컷 신을 집어넣기도 하고, 독특한 화면구성과 극적 연출... 하지만 그러한 게임들에 ‘시네마’라는 단어를 넣기에는 RPG, 시뮬레이션 등 게임 요소와 색이 강한 편이었죠. 이제 애니메이션이 보편화되어 영화 장르에 큰 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만화 캐릭터나 CG를 근간으로 조작하는 방식은 ‘시네마’라기 보다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도시를품다는 ‘시네마’적인 요소가 매우 강해서, 왜 네오아레나가 시네마게임이라고 자신 있게 내세웠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가상의 인물이나 설정의 캐릭터가 아닌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주요 인물들의 과거 속에서 미스테리한 내용들이 공개되며 한편의 단편 드라마를 보는 느낌입니다.

모바일 RPG에서 자동플레이로 자신의 캐릭터가 전투하는 모습을 감상했다면, 도시를품다에서는 시나리오의 궁금증을 풀어가는 선택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직접 결정하고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드라마가 전개된다고나 할까요. 도시를품다는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연기하고 연출된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존에 체험해보지 못했던 요소들로 인해 상당히 신선하게 나가갑니다.

영화에서 스토리텔링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화려한 그래픽을 앞세운 타임킬링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 스토리텔링이 빈약하면 인상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일반적 모바일게임에서 스토리가 요리의 양념이나 감초 역할을 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도시를품다에서는 게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오프닝 무비가 흐르고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서 ‘영화 5분의 법칙’과 비슷한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종, 비밀, 과거 등 스릴러나 공포물에서 등장하는 소재들이 사용된 것도 시나리오의 깊이를 더하고 궁금증을 증폭시켜줍니다. 식샤를 합시다2, 프로듀사, 너를 사랑한 시간 등 화제의 드라마에 출연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주승’을 중심으로 화정에 출연하고 있는 ‘서강준’, 파랑새의 집에 출연하고 있는 ‘경수진’, 독특한 매력의 ‘정은채’, ‘정은우’, ‘나라’ 등 청춘스타 배우들이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것도 매력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네요.

미스테리한 사건을 풀어가는 전개 방식은 네시삼십삼분의 회색도시와 큰 맥락에서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스크린에서 활약하는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고 화면에 등장한다는 것은 몰입감과 스토리텔링의 전달력에서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아무리 CG가 발달했다고 해도 배우들의 말투와 표정, 연기를 담기에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스토리의 비밀이 풀려가는 과정을 배우들의 연기로 볼 수 있다는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반전과 극적 연출이 존재해 앞으로의 내용을 궁금하게 하며 드라마 다음편을 기다리듯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죠. 왜 미니시리즈나 연속 드라마의 시청률이 오르고 부모님을 TV앞에 앉게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모바일게임 리뷰처럼 내용을 설명하면 대부분의 내용들이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존재해 단어 선정에 조심스럽지만 ‘드라마’나 ‘모바일게임을 해도 조금 지나면 남는게 없다’라고 생각했던 유저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기존에 모바일게임을 많이 플레이 하지 않았던 분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겠구요.

장점이 명확한 만큼 도시를품다의 장르적 한계 역시 뚜렷합니다. RPG 장르가 대중화 되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은 큰 거부감이 없지만 새로운 챕터나 스테이지를 오픈하기 위해 지갑을 열기란 아직 인식의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일본의 스토리 중심의 모바일게임은 이러한 방식의 구조를 오래전부터 채용해 그래도 대중적으로 인식이 올라간 상태이지만, 아직 국내에서 이러한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도시를품다의 문제라기보다 아직 시장에서 이러한 방식의 과금 구조가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가 조금 더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무료로 게임을 즐기면 2개의 챕터 정도만 플레이가 가능해 유저들이 다소 짧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료 챕터를 늘리는게 해답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미니게임과 랭킹 모드 등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스토리 중심의 게임인 만큼 메인 시나리오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유저들과 공감하면서 유료화로 풀어갈 수 있을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에서 유료 게임을 내놓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구요.

또한 실사 배우들과 서울을 배경으로 한 UI로 인해 다소 세련되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 부분 역시 현실과 게임의 장르적 한계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볼 수 있는데, 유저들이 ‘신선하다’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어색하다’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사인 쇼베, 서비스사인 네오아레나의 도전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합니다. 다른 신작게임들처럼 단숨에 매출 50위권 이내로 진입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도시를품다는 실사 모바일게임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모바일게임들이 온라인게임의 게임성을 모바일로 재해석했다면, 도시를품다는 콘솔게임이나 PC게임의 DNA를 가지고 있어 다양성 측면에서 국내 모바일시장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련 게임들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네마게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결국 탄탄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면 후속작이나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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