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게임은 유저들이 직접 아케이드 게임장을 찾아나서야 즐길 수 있는 구조였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었지만 이후 컴퓨터의 보급과 온라인게임의 등장으로 점차 공급이 수요를 맞추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급속도로 늘어난 스마트폰의 보급과 다양한 게임 플랫폼의 등장은 전체적인 유저 수도 늘어나게 만든 것은 물론 게임의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게 도움 줬다. 기술의 발전으로 게임은 제작하기 쉬워졌으며 그 만큼 유저들에게 선보이는 방법도 다양해지면서 매일 엄청난 수의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


유저를 찾아다녀야 되는 게임 공급자들은 이제 어떻게 더 많은 유저들을 게임에 끌어 모을까 라는 고민에 빠졌다. 경품으로 아파트, 차를 거는 게임은 물론 유저들에게 돈을 지급하면서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결국에 유저들은 모으지 못한 채 체리피커만 남았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커지고 있는 지금 온라인게임 시장은 유저를 모으기가 더욱 어렵다. 동시접속자가 몇 십만을 기록하던 시절을 이미 지나갔으며 유저들은 기존에 즐기고 있는 게임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게임도 노동이 되면서 돈이 되는 게임에만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게임들도 돈 버는 구조로 변화했다.



이런 와중에 게임의 근본적인 고민부터 시작한 개발사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게임의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기존의 뻔한 퀘스트를 받고 해결하고 성장하는 방법에서 탈피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특징점들을 잡아 게임에 입혀냈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인디게임들이 대부분 이런 구조를 가져가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무한으로 던전을 반복하는 게임이나 그 동안 게임의 주인공이 아니었던 인물을 재조명하는 방식으로 색다른 재미를 유저들에게 제공하는 형태다.


온라인게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마지막 테스트를 종료한 문명 온라인은 유저들과 함께하는 즐거움과 쟁이라고 불리는 MMORPG의 대결 구도에 핵심을 뒀다. 보통의 게임이라면 게임 후반부에나 추구했을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간 것이다.



문명 온라인을 상세하게 살펴보면 최근 유행하는 흐름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저가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름과 명예,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카드들뿐이고 재화나 장비, 심지어 캐릭터 레벨까지도 소모품으로 이용된다.


게임은 철저하게 같은 문명 간의 협력과 다른 문명과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 외부에서도 문명끼리의 암묵적인 동맹과 스파이전 등이 펼쳐지면서 게임속 PvP와 대규모 전쟁을 즐기는 유저라면 누구든지 빠져들 수 있는 구조를 가져갔다.


문명 온라인은 혼자하는 즐거움, 성장의 요소를 배제하고 일주일 시즌으로 진행되는 전쟁에만 집중하면서 더욱 풍부한 대결 구도 양상을 그려낸다. 덕분에 다양한 유저들을 두루 섭렵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콘텐츠에 심화된 유저들을 끌어당기면서 충성도도 높였다.


몇몇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의 산업적인 측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게임들이 그 본질을 잊어버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리 게임 유저들이 줄어들고 특정 게임에만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결국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면 유저들은 그 게임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모바일 인디 게임들과 문명 온라인과 같이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된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들이 게임업계의 미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생태계가 변화하고 유저의 플레이 스타일이 환경에 맞춰 달라지고 있는 지금 게임도 변해야 살아남는 시기가 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최근 성공 보다는 생존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유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의 모습을 보여야 된다. 매출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기본인 재미가 없다면 결국 업계 전체가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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