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간 병기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속한 IMF(Impossible Mission Force)에는 언제나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미션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마지막 장면에서 언급되었던 신디케이트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정부의 요인들이 테러로 위장당한 채 살해당합니다. 그걸 막는 와중에 CIA로부터 견제를 받은 IMF는 결국 해체되고 에단 헌트는 CIA에게 수배를 당해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함께 했던 멤버들도 뿔뿔이 흩어져 CIA 소속으로 재편되어 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에단은 신디케이트의 베일을 벗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그러던 중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라는 신비로운 여인을 만나게 되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만큼 고른 재미를 보여주는 시리즈도 흔치 않을 겁니다. 마치 이 시리즈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톰 크루즈의 필모그라피처럼 말이죠. 오우삼 감독이 연출을 맡아 다른 편들과는 아예 다른 영화라고 할만한 2편 조차 나름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 톰 크루즈 형님이 가장 멋있게 나온 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시리즈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톰 크루즈의 프로 정신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역시 아주 간결한 이 영화의 성격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팀플레이를 통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성공시킨다'는 대명제만 충실히 지키면 되는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여타 다른 시리즈 물들이 세계관과 캐릭터를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골머리를 앓고 종종 큰 실패를 하는 것에 비해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20년째 주연배우가 도저히 늙질 않는 다는 신비에 가까운 전제도 있긴 합니다만^^;;



시리즈의 5편인 '로그네이션'은 그 성격상 1편의 적자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팀플레이의 아슬아슬한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도 그렇거니와 속도감이나 유머러스한 정도도 1편과 아주 닮아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전의 네편이 그랬듯이 아주 뛰어난 명작은 아니지만 아주 잘 세공된 헐리웃의 블록버스터로서 충실히 기능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전체적인 톤은 다섯편 중에서 가장 세련되었습니다. 아마 영화의 히로인으로써 일사 파우스트가 에단 헌트 못지 않은 존재감을 뿜어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사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여지껏 시리즈 들 중 여자 캐릭터의 비중이 이렇게 높았던 것도 처음이거니와, 다른 어떤 악역이나 조연들에 비해 아주 강렬한 인상과 매력을 겸비한 캐릭터입니다. 신체능력이나 상황 판단 능력도 에단에 못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서 에단의 거울상으로서 극을 이끌어나가는 키가 되기도 하구요. 에단과 그의 팀을 제외한 조연 캐릭터 중에서 여지껏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3편의 오웬 데이비언(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었지만, 이제는 단연코 일사 파우스트를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잘 짜여진 히로인 덕분에 그녀와 에단이 함께 등장할 때면 액션 영화 특유의 매력이 에단에만 기대고 있던 전편들에 비해 배가됩니다. 팀웍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결국 에단이 그 핵이 될 수 밖에 없었다면, 이번엔 두 명의 에단이 있는 셈이라고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 에단 헌트가 다 해결하겠지!'하는 전편들의 경쾌함보다 오히려 깊이감이 더 해진 세련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전히 볼거리는 풍성합니다. 초반의 비행기 씬이나 중반의 카체이싱 씬은 (헐리웃의 액션 연출에)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하는 광경입니다. 여름의 블록버스터로서 할만한 도리는 분에 넘치게 보여줍니다. 오랜만에 바이크를 잡고 질주하는 톰 크루즈의 모습 또한 불가사의에 가까울 정도로 멋진 볼거리이기도 하구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반의 카체이싱 씬의 박력이 아주 강렬한 탓에 후반부로 갈수록 템포가 조금 늘어지는 기분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클라이막스 씬은 소품에 가까운 액션씬이기도 하구요. 물론, 그 늘어진다는 기분도 다른 (정말로 늘어지는) 영화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수준입니다.


팀플레이도 여전합니다. 4편부터 참여한 윌리엄 브랜트(제레미 레너)와 벤지 던(사이먼 페그)과의 유쾌한 팀웍도 적재적소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5편에 다시 참가한 루터 스티겔(빙 레임스) 역시 잘 녹아듭니다. 사실 일사 파우스트의 존재감과 분량 때문에 팀워크를 묘사한 장면이 많지 않은 편인데, 이 때문에 전의 시리즈들과 호불호가 갈릴 만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바라는 재미가 유쾌한 팀원들의 좌충우돌 모험기에 가깝기 때문에 브래드 버드의 4편에 더 호감이 가긴 합니다만, 세련되고 차가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머러스한 팀웍을 곁들여 얹은 1편과 같은 재미를 원하신다면 이 5편에 더 호감이 가실 겁니다.


톰 크루즈 형님이 언제까지 이 시리즈에서 활약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게 이 시리즈물의 큰 걱정이겠죠. (62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로 어느덧 쉰하고도 넷입니다!) 스크린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이십년은 더 뛰어다니실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어찌되었든, 지구상 최고의 미남배우이자 엔터테이너로써,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의 두 시간을 시원하게 채워주는 그가 돌아왔는데 망설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매드맥스'의 퓨리오사와 더불어 올해 가장 강하고 매력적인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말이죠. 아마 이 여름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여름에 대한 예의가 아닐 만한, 전형적이고도 아주 잘빠진 공산품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만한 점이 없는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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