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버워치에 게임 밸런스와 관련된 패치가 진행됐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게임 내에서 저격수 역할을 담당하는 위도우메이커에 대한 패치 내용이었다.

위도우메이커로 저격을 할 시, 조준경에서 눈을 떼는 동작을 하기 전에 이를 캔슬하고 다시 조준하는 동작이 삭제된 것이 해당 패치의 내용이었다. 이러한 방식 활용하는 이는 그렇지 않은 이보다 좀 더 강력한 공격을 빠르게 시도할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유저들 사이에서 볼맨 소리가 나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트릭을 고수로 가기 위한 허들 혹은 당연히 익혀야 하는 테크닉으로 자리잡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버워치 개발진은 이를 고수가 되기 위한 하나의 테크닉이라기보다는 게임 밸런스를 해치는 '꼼수'로 판단했고, 이를 삭제했다. 어째서일까?

오버워치를 개발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수석 디자이너 제프 굿맨(Geoff Goodman)이 오버워치 북미 홈페이지의 포럼에 남긴 글은 이에 대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게임을 가급적 유저 조작에 바로 반응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개발진이 개입해서 반응성을 낮춰야 하는 경우가 있다. 동작 캔슬 트릭으로 캐릭터 능력이 향상되는 경우다' 라는 그의 이야기는 위도우메이커의 '줌 캔슬'의 사례와 부합한다.

또한 '처음에는 줌 캔슬 트릭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사력을 희생하고 공격 사이의 상황 판단과 이동속도 증가를 얻는 것이니까. 하지만 좀 더 판단하니 이는 매번 총을 쏠 때마다 조준, 조준해제를 해야하는 동작을 취해야하며, 이걸 하지 못 하는 이들에게는 더 약한 위도우메이커를 플레이하게 된다는 걸 의미했다'

즉, 오버워치의 개발진은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없는 테크닉은 유저층을 가르는 기준이 되며, 이러한 버그를 이용한 플레이 때문에 유저의 숙련도가 나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이야기다. 오버워치 개발진이 게임 내 밸런스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 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를 그대로 방치했다면 추후에 '조준 캔슬 못 하면 위도우메이커 하지 마라'는 분위기가 게임 내에 퍼지고, 이는 위도우메이커라는 캐릭터를 누구나 쉽게 손 댈 수 없는 하나의 '허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정확하게 배치되는 밸런스 철학으로 인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캐릭터가 다른 게임에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리븐이다.

리븐 유저 사이에서는 '평캔'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트릭으로 인식되어 있다. '평캔'이란 리븐의 Q스킬인 '부러진 날개'의 동작 이후에 빠르게 평타를 사용하고, 다시 빠르게 '부러진 날개'를 이어가며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딜링을 하는 방식이다.

애초에 이 방식은 라이엇게임즈도 인정한 '버그'다. 하지만 지금은 리븐 유저들의 필수 '테크닉'으로 자리를 잡았다. 캐릭터 출시 초반에 발생한 버그를 유저들의 반응과는 상관 없이 개발진들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방치한 탓이다.

물론, 이를 없애면 리븐이라는 캐릭터 자체의 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평캔'을 하지 못 하면 리븐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다른 캐릭터들에게서는 스킬을 평타로 캔슬하는 동작이 불가능하지만 리븐만 가능하다는 점은 게임의 '형평성'도 해치는 부분이었다.

'특정 동작을 캔슬하고 다음 동작으로 바로 이어가는 제작진의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원래 설계보다 강한 성능을 낸다'는 것은 패치 전 위도우메이커와 현재 리븐의 공통점이었다. 하지만 이를 대처하는 개발진의 방식은 극과 극으로 다르며, 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도 극과 극으로 다르다.

특정 캐릭터에게만 발생하는 게임의 버그는 시스템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것이 유저의 숙련도를 가르는 기준점이 되서는 안된다. 이를 망각했다가 고인 물이 되어 신규 유저가 유입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게임의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 위도우메이커 패치를 통해 드러난 블리자드의 밸런싱 철학은 이 게임이 한동안은 고여있는 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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