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PvE 장르의 최대 고민은 ‘자원의 소모 방법’이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아이템을 조금씩 축적하는 게임성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자원이 쌓이고 결국 콘텐츠 한계에 직면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PvPvE 장르의 게임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시즌제를 도입하는데, 대부분 주기적으로 모든 아이템을 초기화해 모두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환경을 만들고 유저들이 끊임없이 자원을 수집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브 뱅가드는 초기화가 아닌 끝없이 자원을 소모하는 방법으로 자원 축적 문제의 해결을 도모한다. 우주를 배경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사용하는 이브 온라인과 연계해 자원을 끊임없이 소모하는 순환 구조를 준비한 것.
이브 뱅가드는 이브 온라인의 자식 같은 관계성을 가진 게임이다.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 ‘뱅가드’는 이브 온라인에서 자원을 채집할 때 보내는 클론 뱅가드와 동일하며 이브 뱅가드에서 수집한 자원도 이브 온라인에서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
퀄리티는 이브 온라인과 관계성을 제외하고 봐도 놀라울 정도로 높다. 게임은 언리얼엔진5를 사용해 불시착한 우주선이 불타는 모습과 제멋대로 갈라지고 유독성 물질이 가득 들어찬 척박한 지형, 미확인 행성이 숨긴 웅장함까지 매우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단순 그래픽뿐만 아니라 FPS의 타격감과 총을 쏘는 재미까지 사실감 높게 구현했다. 비록 테스트 초기인 만큼 사용할 수 있는 총기는 범용성 높은 자동소총 한 자루에 불과했지만 일반 및 에너지 탄약의 교체, 조준 시 적 식별, 남은 탄약, 대상과 거리, 정조준 안내까지 기술이 매우 발전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뱅가드의 투입 이유는 오직 ‘자원 채집’뿐이다. 척박한 땅을 둘러보며 불시착한 우주선의 잔해 또는 외계 팩션의 임무를 수행하고 자원을 획득해 탈출하는 것이 콘텐츠의 전부다. 물론,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하려면 오래 생존해야 하지만 생존은 결국 시시각각 자원을 소모한다.
게임의 자원은 모두 재료 형태이며 완제품 아이템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박스를 하나씩 루팅하며 어떤 아이템을 획득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으며 최대한 빠르게 많은 재료를 수집하고 자리를 옮겨야 한다.
실제로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고개를 바닥으로 향하고 다니다가 적의 습격을 받아 몰살당하는 파티도 쉽게 볼 수 있다. 별도의 아이템이 존재하지 않아 모두가 일정 대미지를 받으면 사망하기에 유저나 NPC 모두 동등한 입장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이브 뱅가드에서 캐릭터의 사망은 플레이의 끝이 아니다. 애초에 척박한 땅에 내던져진 캐릭터가 클론인 만큼 즉시 다른 클론을 재투입해 지역을 다시 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투입 클론은 시간제한이 존재하며 모두 소진할 경우 즉시 사망 처리하기에 소진 전에 지역에서 탈출해야 한다.
자원 채집뿐만 아니라 팩션이 부여한 임무를 깨는 과정에 다른 유저와 마주치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대부분의 임무는 자원을 수집하고 재료로 활용해 아이템을 제작해 바치거나 필드에 존재하는 특정한 기믹을 풀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파밍과 임무 장소가 겹치다 보니 끊임없이 전투가 발생한다.
이브 뱅가드는 테스트로 매우 단편적인 부분만 공개했으나 이브 온라인과 연계성, 슈팅게임의 완성도, 눈을 사로잡는 그래픽, 단순하지만 밀도 높은 플레이 방식으로 충분히 빠져드는 재미를 선보였다.
동시에 PvPvE 장르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한 점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브 뱅가드는 모듈 게임이지만 원작 이브 온라인을 플레이하고 싶어질 정도로 제 몫을 충분히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