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영구적인 죽음을 적용한 하드코어 서버가 추가됐다  출처: 블리자드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영구적인 죽음을 적용한 하드코어 서버가 추가됐다  출처: 블리자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 하드코어 서버가 정식 출시됐습니다. 하드코어 서버는 클래식 버전을 기반으로 ‘영구적인 죽음’이 적용되어 캐릭터가 한 번 죽으면 모든 여정이 그대로 끝나게 됩니다.

단 한 개뿐인 목숨은 지금까지 수없이 경험한 와우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뛰어내리던 언덕은 언제든 낙사할 수 있는 공포의 대상이며 짧은 이동 경로를 위해 가로지르던 몬스터 밀집 지역은 절대 지나가면 안 되는 위험 지대로 바뀌었습니다.

게임의 모든 시스템은 클래식 버전 그대로이고 적이 특별하게 강해지거나 캐릭터가 약해진 것도 아닙니다. 다만, ‘한 개의 목숨’은 상상 이상의 공포를 심어줘 플레이하는 동안 끝없는 긴장을 유발하고 더 새로울 게 없다고 느껴진 게임에 신선함을 불러오죠.

▲ 영혼의 치유사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다
▲ 영혼의 치유사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다

<이렇게 어려운 게임이었나>

게임은 서버를 선택할 때부터 접속할 때까지 끝없이 하드코어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죽으면 절대 부활할 수 없다, 모든 진행을 잃을 수 있다, 오류로 사망해도 복구해 주지 않는다 등 살벌하고 강도 높은 경고가 끝없이 이어지죠.

사실, 게임 시작 전 확인한 경고문은 비웃음의 대상이었습니다. 와우를 꾸준히 즐겨온 유저의 입장에서 게임의 성장 과정은 눈 감고도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 몬스터의 시체와 유저의 시체를 비슷한 비율로 볼 수 있다
▲ 몬스터의 시체와 유저의 시체를 비슷한 비율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여유롭던 마음은 모두 사라지고 자세까지 고쳐 앉게 됐습니다. 가장 많은 유저를 죽였다고 알려진 코볼트 광산에서 5레벨 코볼트 셋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체력 3을 남기고 도망쳤을 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 상태가 이어졌죠.

오랜 경력에서 비롯한 자신감은 10레벨을 달성하기까지 두 번의 죽음을 맞이하며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속도에 연연하기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게 됐죠. 실제로 유저들은 정해진 퀘스트 라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지역을 옮기고 낮은 레벨의 퀘스트를 모두 수행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합니다.

▲ 레벨에 맞춘 무기를 획득하면 급격하게 강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레벨에 맞춘 무기를 획득하면 급격하게 강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희귀 아이템의 소중함>

생존이 최우선 순위로 바뀌며 아이템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크게 달라졌습니다. 무기와 갑옷 같은 각종 장비가 적을 처치하고 생존하는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낮은 레벨에 획득할 수 있는 착용 시 귀속 아이템은 사실상 일반 아이템과 비슷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캐릭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임무를 수행하며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어 굳이 능력치 1, 2에 연연해 아이템을 비교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 지역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수행해야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 지역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수행해야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하드코어 서버는 모든 아이템이 소중한 자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공격력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고자 마을 상점에 찾아가 일반 무기를 구매할지 고민하고 그마저도 돈이 부족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죠. 적을 처치하고 희귀 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득템’하면 짜릿함이 온몸을 휘감죠.

인스턴스 던전의 24시간 입장 제한은 아이템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줍니다. 기존 서버처럼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계속 던전에 도전할 수 없기에 사냥 중 획득하는 적절한 착용 시 귀속 아이템이 더욱 귀하고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이죠.

▲ 몬스터에게 쫓기고 있으면 도와주는 유저들이 존재한다
▲ 몬스터에게 쫓기고 있으면 도와주는 유저들이 존재한다

<다른 유저와 상호작용하는 진짜 RPG>

하드코어 서버는 높은 몰입도 때문에 유저의 상호작용이 매우 활발한 편인데, 다른 사람과 마주칠 때마다 버프 스킬을 모두 사용하는 것을 넘어 지나가다 말고 전투 중인 다른 유저를 치유해 주거나 몬스터를 함께 처치하며 서로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고난도 퀘스트를 앞두고 힘을 모으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엘윈 숲의 공주나 들창코를 처치하기 위해 파티를 모으는 유저가 항상 존재합니다. 또 조금 강한 몬스터를 처치하러 이동하면 주변에서 기다리던 인원이 자연스럽게 파티를 맺고 임무를 수행한 뒤 떠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죠. 

▲ 길드원의 사망을 알리는 알림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 길드원의 사망을 알리는 알림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유저들이 모이는 길드 역시 사망 알림 같은 독특한 시스템을 추가해 유저들의 상호작용을 더욱 다채롭게 구성합니다. 사망 알림 시스템은 길드원이 사망할 때 화면 중앙에 붉은 글씨로 아이디, 사망 시 레벨, 처치 몬스터, 지역을 공지해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만들죠.

길드마다 애도의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서로 웃으며 놀리거나 애도하며 곡하는 길드도 존재하죠. 사망한 캐릭터 역시 즉시 게임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유령 상태로 길드 채팅에 참여할 수 있어 사망 후의 허탈함이나 중요한 정보를 공유해 다른 유저의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 사망한 캐릭터는 무료로 시대 서버로 이동할 수 있다
▲ 사망한 캐릭터는 무료로 시대 서버로 이동할 수 있다

와우 하드코어 서버는 레벨이 올라갈수록 게임이 지루해지기는커녕 숨 막히는 긴장감이 늘어납니다. 순간의 실수로 수십 시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가장 일상적인 인사말이 ‘장수하세요’일 정도로 모두가 생존에 진심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뿐인 목숨 앞에 초보와 베테랑 유저의 경계가 모두 무너졌습니다. 과거의 추억을 뛰어넘는 긴장과 쾌감 때문일까요. 유저들은 오늘도 1레벨 캐릭터를 생성하고 ‘이번엔 죽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며 아제로스 탐험을 시작합니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