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히 달리는 것도 무서운 와우 하드코어
▲ 단순히 달리는 것도 무서운 와우 하드코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캐릭터는 살려야 한다’

유령으로 변한 네 번째 캐릭터를 삭제하고 새로운 성기사를 생성하면서 굳게 먹은 마음입니다. 도적, 마법사, 전사, 그리고 다시 도적까지 네 번의 캐릭터를 삭제하는 동안 도전 의지는 꺾이기는커녕 더욱 활활 불타올라 ‘다섯 번째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는 목적의식을 자극했습니다.

네 번의 캐릭터 육성에서 얻은 노하우와 수없이 죽음을 맞이한 선배 길드원들의 조언은 하드코어 도전을 한층 깊이 있게 만들었습니다. 무작정 캐릭터를 생성해 기계처럼 퀘스트를 수행하던 과거와 달리 위험 지역을 회피하는 버릇부터 모든 전투를 신중하게 대하는 마음가짐까지 갖춰 진정한 하드코어 도전을 시작한 것이죠.

▲ 호기로운 전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주로 이어졌다
▲ 호기로운 전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주로 이어졌다

<10레벨 초반과 후반 그리고 중반을 주의하라>

많은 유저는 코볼트 광산과 웬디고 동굴,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야생 동물과 맞서 10레벨을 달성했을 때, 드디어 첫 위험을 넘었다고 자축합니다. 상위 스킬과 특성을 배우고 쭉쭉 성장할 장밋빛 미래를 그리면서 팽팽하게 유지한 긴장의 끈을 살짝 놓는 것이죠.

하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10레벨 이후 향할 수 있는 지역 대부분은 선제공격 몬스터가 가득하고 퀘스트 역시 효율적인 동선보다 최대한 몬스터와 마주치지 않을 수 있는 위치를 먼저 생각해야 할 정도로 쉽지 않은 난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레벨이 오르고 비슷한 레벨의 몬스터 둘쯤은 여유롭게 처치할 수 있어도 여전히 멀록은 공포의 대상입니다. 게임 초반 넓은 인식 범위로 한꺼번에 달려들어 사망을 안겨준 멀록들은 활동 무대를 물속으로 옮기는데, 물속 멀록은 넓은 인식 범위와 함께 육지보다 빠른 이동 속도를 가지고 있어 매우 위협적이죠. 

실제로 보유한 생존기를 모두 사용하며 도망친 지역은 20레벨에 방문한 붉은 마루 산맥의 멀록 사냥터가 유일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멀록과 전투를 벌이다가 순식간에 5대1 싸움을 시작했고 무적을 비롯한 모든 즉시 시전 스킬과 보유하고 있던 물약을 미친 듯이 누르면서 도망친 결과 겨우 전투가 풀려 살아남을 수 있었죠.

▲ 던전에 입장하는 모든 순간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 던전에 입장하는 모든 순간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파티 플레이>

죽음의 위협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기에 퀘스트를 수행하는 유저들의 파티 플레이는 매우 활발한 편입니다. 퀘스트를 수행하는 동안 안전성이 몇 배나 올라가기 때문에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다만 정예 퀘스트나 던전처럼 파티 플레이를 의도한 공간에 다가가는 순간, 든든했던 파티원은 나의 목숨을 위협하는 족쇄로 바뀝니다. 다른 파티원이 잠깐 실수해서 몬스터의 주의를 끌면 순식간에 파티의 전선이 무너져 전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유저들의 평균 레벨이 올라가면서, 20레벨 후반에 도전할 수 있는 던전 놈리건의 악명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도전한 3파티 중 1파티가 전멸한다’, ‘놈리건에 들어간 팀은 30분 뒤 엘윈 숲에서 볼 수 있다’, ‘놈리건에서 살아남으면 60레벨을 달성할 수 있다’ 같은 흉흉한 소문은 직접 경험한 유저들의 입소문을 거치며 더욱 크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 수많은 성기사를 모험으로 이끈 베리간의 망치
▲ 수많은 성기사를 모험으로 이끈 베리간의 망치

<위험에 맞서게 만드는 ‘득템의 낭만’>

사실, 던전에 입장하지 않고 정예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아도 레벨은 충분히 올릴 수 있습니다. 비록 시간을 조금 더 사용할지라도 다른 지역에 가서 적정 레벨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비슷한 레벨의 몬스터만 계속 처치해도 안정적으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죠. 

‘아이템 획득의 낭만’은 끝없이 도전 의식을 자극해 위험에 뛰어들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성기사의 20레벨 직업 퀘스트 용맹의 고서는 비슷한 레벨의 몬스터가 넷씩 등장하는 호위 임무와 입장 가능한 각 지역 던전에 들어가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는 임무를 연속으로 부여해 시간과 목숨을 모두 걸어야 합니다.

▲ 칼림도어 서쪽의 검은심연 나락에서 나가를 잡고
▲ 칼림도어 서쪽의 검은심연 나락에서 나가를 잡고
▲ 동부대륙을 가로질러 그림자송곳니 성채까지 뛰어간다
▲ 동부대륙을 가로질러 그림자송곳니 성채까지 뛰어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기사 유저들은 20레벨을 달성하는 순간 파티를 모으고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떠납니다. 용맹의 고서 퀘스트는 최종 보상으로 성기사 전용 무기 베리간의 망치를 지급하는데, 훌륭한 무기 한 자루를 얻기 위해 죽을지도 모르는 여정에 뛰어드는 것이죠.

물론, 모든 여정은 모험의 낭만이 가득 차 있습니다. 직접 뛰어서 산을 넘고 배를 타고 대륙을 횡단해 아제로스를 누비고 던전에서 서로에게 의지해 치유를 주고받으며 돈독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죠. 임무를 모두 마친 뒤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끝까지 살아남자고 의지를 다지기도 합니다.

▲ 언제든지 파티를 구성해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 언제든지 파티를 구성해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와우 하드코어 서버의 유저는 날이 갈수록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첫 주에 비해 동시 접속자는 150% 상승했고 시작 지역은 한 번에 모든 유저의 검색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몰리고 있어 위상이 10개 이상 나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유저들은 진정한 낭만을 느낄 수 있는 RPG를 원했는지도 모릅니다. 빠르고 간편함을 원하는 시대에 휘발성 강한 쉼표를 남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하드코어의 관심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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