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섞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게임들의 플레이 방식이 절묘하게 섞이며 새로운 재미를 만든다.
팰월드는 ‘기존 게임의 모든 장점을 모으면 최고의 재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고민을 현실로 담아낸 게임이다. 장점을 모두 섞다 보니 장르를 정의하기도 어려운데, 오픈월드를 기반으로 플레이하기에 따라 생존, 크래프팅, 몬스터 수집, 어드벤처 같은 기존 모든 장르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첫인상은 대부분의 장르가 섞여 있어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건축게임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토대 기반의 건축 시스템, 캐릭터의 움직임과 탐험 과정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 돌아다니는 몬스터를 수집하기 위해 체력을 빼고 스피어를 던지는 모습은 몬스터 볼을 던지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막상 게임은 겉보기만 유사할 뿐, 핵심 재미는 기존 게임들과 전혀 다른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포켓몬과 유사하다고 느꼈던 ‘팰’은 건축부터 제작까지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단순히 명령받는 수준을 넘어 더 자유도 높은 실시간 전투를 선보인다.
팰의 활용도는 거점을 성장시킬 때마다 조금씩 늘어나는데, 초반부는 단순히 스피어에서 나와 전투에 참여하고 건축을 도와주는 수준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특산품 생성, 탈 것 사용, 특수 임무 부여 등 거점을 발전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는다.
게임은 전체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매력을 보여준다. 전투 상황에 팰의 스킬 활용도는 상식을 아득하게 벗어나는데, 불여우 파이호는 캐릭터가 직접 들어 올려 불을 뿜는 화염 방사기로 활용할 수 있고 초반부 흔하게 등장하는 펭키는 대포를 업그레이드해 포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 적정선을 가볍게 넘는 매력이 있다.
아이템과 팰 도감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유의 블랙 유머도 매력적이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의 모습과 달리 설명을 읽어보면 ‘공식 설정이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의 과감한 표현을 쉽게 볼 수 있으며 푸줏간 칼의 연구를 마치면 팰을 도축해 아이템을 추가로 획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팰을 도축하면 유혈이 낭자하지는 않으나 모자이크가 생기고 팰이 사라져 심리적으로 끔찍함을 느낄 수 있다.
크래프팅과 모험처럼 단순 몬스터 수집을 떠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추천받는 스타팅 지역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희귀하고 강력한 팰이 등장하며 화산 지대의 더위와 밤의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아이템의 청사진을 해제할 수 있는 거점도 꾸준히 성장시켜야 한다.
탐험 역시 지역 곳곳에서 숨겨진 선배 모험가의 일기, 힘의 결정, 빠른 이동을 위한 석상을 찾아볼 수 있으며 NPC가 거주하는 마을, 동굴 형태의 숨겨진 던전, 탑 형태의 보스 NPC, 강력한 보스 몬스터까지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동굴 형태의 숨겨진 던전에 보스가 숨어 있는 등 각종 환경을 더한 경우가 있어 탐험의 재미를 더욱 극대화한다.
다양한 콘텐츠는 유기적인 연계로 시간의 흐름조차 잊을 정도로 금세 게임 속 세상에 빠져들게 만든다. 또 직접 탐험하지 않고 거점을 발전하는 시간에도 야생 팰이나 밀렵꾼이 주기적으로 습격하는 등 언제나 긴장 상태를 유지할 필요도 있다.
혼자 플레이하고 있어도 외롭지 않은 점은 팰월드의 최고 장점이다. 직접 매타작해 동료로 삼은 팰은 거점을 완성하는 훌륭한 동료가 되며 재료를 모으는 과정부터 수비, 건축까지 우르르 달려와 함께해 유저 혼자 모든 작업을 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팰월드는 이제 얼리엑세스를 시작한 만큼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팰은 110종류뿐이지만 충분히 수십, 수백 종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고정적인 맵의 형태에 무작위성을 추가하거나 유저의 상호작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플레이의 다양성을 확장하기 충분하다.
결국 순수한 재미가 유사성의 벽을 뛰어넘었다. 출시 5일 만에 700만 장 판매고를 기록한 팰월드는 다음날 생활이 걱정될 정도로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재미를 전달한다. 팰월드는 현재의 정체성이 이어진다면 조금 더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게임이 완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