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앤 슬래시 장르는 결국 최종 콘텐츠의 완성도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결정된다. 일정 수준까지 성장을 마친 후 빌드를 구성하기 위해 아이템을 획득하는 과정이 ‘얼마나 다채로운지’에 따라 게임의 완성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라스트 에폭은 모든 핵 앤 슬래시 장르의 고민을 ‘모노리스’에 압축해 풀어냈다. 모노리스는 일종의 무제한 던전으로 자연스럽게 최종 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며 성장, 아이템 획득, 다채로움, 변화, 콘텐츠 연결로 지루함을 덜어내 유저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모노리스의 가장 큰 특징은 난이도부터 보상, 방향까지 대부분 유저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점이다. 마치 방이나 던전처럼 구성된 단계를 거치며 직접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 모두 유저의 뜻에 달려 있어 직접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섬처럼 생긴 모노리스는 입장할 때마다 던전의 형태, 임무, 효과, 보상이 모두 달라진다. 가장 짜릿한 부분은 ‘보상’의 획득 여부인데, 모노리스 임무를 수행하기 전 캐릭터가 사망하면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으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건너뛰기조차 불가능해 무조건 클리어해야 한다.
물론 수많은 갈래와 선택이 존재하기에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방향을 바꾸는 선택도 가능하다. 실제로 모노리스는 다음 단계뿐만 아니라 두 단계 뒤의 던전과 보상까지 밝혀주기에 방향을 쉽게 설정하고 변경할 수 있으며 각종 비콘에 접근해 주변을 크게 밝히는 등 추가 효과도 받는다.
퀘스트를 수행하며 점점 고난도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 역시 인상적인데, 일반 모노리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퀘스트가 주어지고 총 3단계를 마무리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 결국 단계에 맞는 능력이 요구된다.
단순히 모노리스의 특징이나 장점이 아닌 기초부터 차곡차곡 쌓인 콘텐츠의 연계도 독특한 부분이다. 라스트 에폭은 상인 길드와 운명의 링 두 종류의 아이템 진영을 선택해 플레이 스타일을 정할 수 있고 거래와 아이템 획득률을 중심으로 모노리스에 도전하는 재미를 높인다.
아이템 진영 중 상인 길드는 자유로운 거래를 중심으로 캐릭터 성장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매우 적합하다. 몬스터를 처치할수록 쌓이는 명성은 주거래 재화로 적용되며 점점 명성을 높일수록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되어 성장 재미를 높인다.
상인 길드가 아이템을 거래하며 획득할 수 있지만 운명의 길은 거래가 불가능하고 캐릭터가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등급과 확률을 높여 ‘나 혼자 플레이’에 매우 적합한 인상을 준다. 물론 두 진영은 언제든 변경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두 진영을 모두 키워야하기 때문에 모노리스를 애용하게 된다.
아이템뿐만 아니라 경험치도 획득할 수 있어 성장의 요소가 되어주기도 한다.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정석으로 캐릭터를 키워도 후반부가 되면 빠른 캠페인 속도에 의해 레벨이 뒤처지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든지 모노리스에 들어갈 수 있기에 경험치와 아이템을 획득하고 캠페인을 나중에 클리어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게임 플레이가 단순해질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차단한 점도 눈에 띈다. 모노리스로 많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기에 편법을 사용해 모노리스만 플레이하며 성장하는 것도 가능한데, 캠페인에서 필수로 획득해야 하는 패시브와 신상 업그레이드가 존재해 반드시 캠페인과 일부 보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라스트 에폭은 출시 후 꾸준히 20만 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 중이다. 서버 불안정 문제나 특정 클래스 집중 현상 같은 부족한 부분이 존재해도 모노리스같이 끊이지 않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핵 앤 슬래시 장르의 매력을 충분히 전달하기에 유저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핵 앤 슬래시 장르를 앞세운 게임들이 반복의 늪에 빠져 헤매고 있는 지금, 라스트 에폭은 밀도 높은 ‘콘텐츠의 힘’을 기반으로 장르의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